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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폐허가 된 재난의 땅에 희망의 꽃을

2020-08-29 10: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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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박근종(전 소방준감, 종로·송파·관악·성북소방서장)
[박근종]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미증유(未曾有)의 경제 충격과 함께 여름철 폭염(暴炎) 그리고 장마와 폭우로 인한 수해(水害) 등과 더불어 트릴레마(trillemma)’가 되어 국민 모두가 어렵고 힘든 시기를 맞고 있다. 특히, 사랑제일교회와 광화문 집회로 야기된 일일 확진자가 8월 27일 441명으로 급증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비등하고 있다. 올해 2월 27일 대구 신천지 집단감염 일일 확진자 400명대를 처음 기록한 지 이틀 만인 2월 29일 916명으로 급증했던 악몽이 지워지지 않은 탓이다.

이쯤 되면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은 ‘세계적 범유행 전염병’을 넘어 분명 재난이 되어 우리 사회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서는 "재난"이란 국민의 생명ㆍ신체ㆍ재산과 국가에 피해를 주거나 줄 수 있는 것으로서 태풍, 홍수, 호우(豪雨), 강풍, 풍랑 등을 ‘자연재난’이라 하고, 화재ㆍ붕괴ㆍ폭발ㆍ교통사고ㆍ감염병 등을 ‘사회재난’이라 정의하고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폭염(暴炎)이나 수해(水害)마저도 불평등하다는 믿기지 않는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우리 사회의 불평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며 금수저, 흙수저에서 출발하여 자산, 소득, 임금, 교육, 문화, 안전, 건강 등 삶의 모든 영역에서 차등화된 다층적 구조적 모순을 안고 있다. 코로나19를 견뎌내는 데는 더욱 가혹하고 냉엄한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불편한 진실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재난 약자 특히, 장애인과 노인, 가난한 사람 등 사회경제적 자원을 적게 가진 사람들이 더 많이 다치고, 죽고 또 고통받는다. 28일간 111명이 코호트 격리(cohort Isolation)되어 7명이나 죽어 나간 청도정신병원 사태가 그랬고, 뒤늦은 고위험군 분류로 15명의 사망자가 나온 신장 장애인들의 죽음이 그랬으며, 활동 지원 없이 자가격리를 견뎌야 했던 중증 뇌병변 장애인들이 또 그랬다.

컬럼비아대학교 ‘존 C. 머터(JOHN C. MUTTER)’ 교수는 ‘재난 불평등(The Disaster Profiteers)’에서 “왜 재난은 가난한 이들에게만 가혹할까?”라는 부제로 재난의 불평등을 강조했다. ‘존 C. 머터’는 자연과학자이지만 자연재해를 단순한 재난으로 바라보지 않고, 사회문제로 확장되는 지점인 ‘파인만의 경계(Feynman line : 핵물리학자 Richard P. Feynman이 신학의 영역을 넘나들며 창의융합연구)’를 포착하여 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의 경계에서 정치적인 담론을 형성하고, 재난이라는 참혹한 상황에서 드러나기도 하고 때론 가려지기도 한 불평등을 주목하여 ‘재난의 상황은 늘 사회적 약자에게 더 가혹하며, 자연보다는 인간이 인간에게 더 큰 피해를 준다.’라고 역설했다.

미국의 심리학자 ‘키스 페인(Keith Payne)’은 오바마(Barack Obama) 전 대통령이 2018년 올해의 책으로 뽑은 ‘부러진 사다리(The Broken Ladder)’에서 불평등 문제를 심리학으로 해석하고, 불평등이 빈곤층뿐만 아니라 그 사회의 구성원 모두에게 영향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일깨우며, 우리 사회를 가득 메우고 있는 불평등이 어떻게 나의 일상적 행동, 심지어 정치적 선택을 조종하는지,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믿음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닫게 해준다.

따라서 작금의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고, 실업으로 고통받으며, 학생들이 등교하지 못하고, 소상인들의 경제적 어려움도 이루 말할 수 없이 심각하고 크며, 제조업체들은 물건을 만들어도 수요가 감소해 팔 데가 없어서 거래 업체의 주문취소 요구가 쇄도한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8월 11일 발표한 '한국경제 보고서(Economic Review of Korea 2020)에 의하면 "한국은 OECD에서 가장 높은 노인 상대빈곤률로 인해 전체 상대빈곤률은 OECD 국가 중 세 번째로 높고, 지니계수(Gini’s coefficient)로 측정한 세후소득불평등도 일곱 번째로 높다."라며 "이는 다른 대부분의 OECD 국가보다 임금격차가 크고 소득 재분배는 제한적인 것에 기인한다."라고 밝혔다. 또한 한국의 이 같은 불평등 상황이 코로나19로 더 악화될 것이라 전망하며,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실직은 정규직 근로자보다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집중됐다."라며 "이는 위기 시와 평상 시 모두에 대비한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준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누란지위(累卵之危)의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재난 약자인 장애인과 노인 그리고 서민과 저소득층은 무방비상태에서 맨몸으로 버틸 수밖에 없으며, 감내해야만 하는 고통과 타격은 이루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크고 무겁고 아프다. 왜냐면 변이를 거듭 중인 못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지금도 교활하고 치밀하게 우리 사회의 가장 약한 고리들을 먼저 찾아내 공격한다. 바이러스 자체는 사람을 가리지 않지만 이를 견딜 수 있는 육체적이고 경제적인 면역력은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레베카 솔닛(Rebecca Solnit)은 그의 저서 ‘이 폐허를 응시하라’에서 역사적 경험을 바탕으로 거대한 사회적 재난 속에서 오히려 이처럼 “상호 부조와 이타주의의 천국”이 나타난다고 지적하고, “재난은 그 자체로는 끔찍하지만 때로는 천국으로 들어가는 뒷문이 될 수 있다. 적어도 우리가 되고 싶은 사람이 되고, 우리가 소망하는 일을 하고, 우리가 형제자매를 보살피는 사람이 되는 천국의 문 말이다."라며, “재난의 파괴와 죽음의 절정인 동시에 새로운 사회를 실현하는 시작이자 개방이다.”라고 했다.

그렇다. 재난으로 무너진 질서를 공동체의 본래 주인공들이 바로잡는 작은 혁명 즉 ‘재난 유토피아’로 거듭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난 4월28일 한국기자협회와 방송기자연합회, 한국과학기자협회가 공동으로 제정한 ‘감염병 보도준칙’을 철저히 준수하여 추측성 기사나 과장된 기사로 국민을 현혹하거나 혼란을 야기시켜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도 가짜뉴스의 양산과 확산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유린하고 경시하는 무책임한 행위는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코로나19로 폐허가 된 재난의 땅에서 희망의 꽃을 피워내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국민 각자가 마스크 착용, 손 씻기, 기침 예절 등 방역 수칙을 철저히 준수하고, ① 발열 또는 호흡기 증상(기침, 인후통, 근육통 등) 등 몸이 아프면 외출·출근·등교하지 않기, ② 의료기관 방문, 생필품 구매, 출퇴근 외에 불요불급한 외출·모임·외식·행사·여행 등은 연기하거나 취소하기, ③ 감염병 확산과 전파 차단을 위해 환기 안 되고 사람 많은 밀폐·밀집·밀접 된 곳(3밀) 가지 않기 등을 꼭 지켜야 한다.

안타깝지만 백신과 치료제가 없는 현재로서는 코로나19와 싸우는 가장 효과적인 대안은 오직 접촉자 추적을 기반으로 한 K-방역체계뿐이다. 우리는 코로나19가 불러온 고통스럽고 힘든 역사의 끝자락을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더 안전하고 보다 나은 미래는 저절로 확보되지 않는다. 한 나라의 국격과 국민의 위상은 재난사고를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지금은 모든 국민이 방역 당국을 믿고 사랑하는 가족과 이웃 그리고 사회 전체를 위하여 신중하고 사려 깊게 행동하고 상호 배려해야 할 시점임을 깊이 명찰하고 처신해야 한다.

news@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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