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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아동에 대한 차별의 언어, 바꿔야 한다

2021-05-04 08:49:43

[세이브더칠드런] 올해로 어린이날이 99주년을 맞는다. 아동을 어른과 같은 독립적인 존재로서 그 존엄성을 존중하는 말로 방정환 선생이 처음으로 ‘어린이’라는 말을 사용하였다. ‘아해놈’, ‘애녀석’처럼 아동을 낮춰 부르는 말이 성행했던 시대에 맞선 자유와 해방의 언어였다. 한 세기 후 지금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전세계 모든 아동을 권리의 주체로서 특별한 보호와 존중을 받을 존재로 규정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아동을 온전한 한 인격체로서 정중하게 대하고 있는가?

지난 4월 서울 시민청은 어린이날 온라인 캠페인으로 ‘○린이날’ 이벤트를 진행했다가 해당 게시글을 삭제했다. ‘첫 도전을 시작하는 우리는 모두 어린이’라는 취지였다. 어린이날을 맞이한 이벤트였으나 순진무구한 아동의 이미지를 소비한 어른들만의 잔치였다. ‘○린이’는 초보를 뜻하는 신조어로 사용되고 있으나, 이는 어린이를 미숙하고 불완전한 존재로 보는 차별의 언어이다. 논란이 되었던 ‘○린이’ 표현은 KBS 등 주요 방송사에서 이미 ‘어떤 것에 입문하였거나 실력이 낮은’의 뜻으로 주린이, 요린이, 산린이 등의 말로 재생산되고 있다.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서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하는 사람을 ‘잼민이’라고 가리키는 등 아동 비하의 언어가 만연하다.

사회와 어른들이 아동을 낮추어 보는 일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의 전신인 한국어린이보호재단이1985년 실시한 조사에서 아동들은 어른들에게 가장 바라는 점을 ‘잘 알지도 못하고 야단치지 말고 아이들이라고 깔보지 말았으면’ 한다고 응답하였다. 2017년 세이브더칠드런과 서울대학교 사회복지연구소가 16개국 초등학교 3학년 아동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 사회의 ‘어른들이 아동의 권리를 존중한다’는 응답은 15위로 거의 꼴찌였다.

‘○린이’는 아동을 대상화하는 언어이며 그것의 사용은 사회적 약자인 아동의 언어를 빼앗는 차별 행위이다. 온전히 환대 받아야 할 아동의 자리를 아동의 동의 없이 어른들이 빌려 자신을 배려해 달라는 데 사용하고 있다. 미학자 양효실은 ‘단언컨대 아이들은 미숙한 게 아니라 예민한 뿐이고, 어른들의 규범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외국인일 뿐이다’ 라고 말했다. 한 세기 전 아동의 자리를 찾기 위해 사용되었던 ‘어린이’라는 말은 어른들에 의해 왜곡되고 심하게는 아동을 모욕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어른들의 질서로 가득한 세계에서 왜 어른들은 많지도 않은 아동의 자리를 빼앗으려 하는가? 그들이 어린이였을 때 어른들의 세계에 바랬던-아마도 잊어버렸을-소망은 자신을 한 인격체로 존중하고 이해해 주는 일이 아니었을까?

세이브더칠드런은 어린이날을 맞아 1923년 방정환 선생의 정신을 이어 우리 사회가 ‘아동을 어른보다 한 시대 더 새로운 사람’으로 대하기를 다시 선언한다. 아동을 어리거나 다르다고 차별하지 말고, 윽박지르지 말며, 어른 마음대로 다스리려 하지 말기를 온 거리에 외친다. 차별의 언어는 더 이상 사용하지 말자.

news@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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