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이성구 전문위원] 제롬 파월 美연준의장은 "관세의 범위와 규모를 고려할 때 인플레이션과 실업률 상승 위험이 확실히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제롬 파월 美연준의장은 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관련 "우리가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며 "지금으로선 상황을 지켜보는 게 낫다"고 말했다. 사진=월스트리트저널
파월 의장은 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관련해 "우리가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며 "지금으로서는 상황을 지켜보는 게 상당히 명확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Fed는 이번 회의에서 연방기금금리를 연 4.25~4.5%로 동결하기로 만장일치 결정했다. 지난해 9월 금리 인하에 착수해 5.25~5.5%였던 금리를 총 1%포인트 낮춘 뒤, 올해 1월과 3월에 이은 3회 연속 동결 조치다.
파월의장은 관세 정책 불확실성이 너무 커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wait and see)"는 말을 수 차례 반복했다. 그는 "현재 발표된 관세 인상 수준이 지속될 경우 인플레이션 상승, 경제 성장 둔화, 실업률 상승이 예상된다"면서도 고용과 물가 중 어느 쪽이 더 위험한 지는 "알기에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이어 "더 많은 데이터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올바른 대응 방안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파월 의장은 또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이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치느냐는 이날 취재진의 질문에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그는 "우리는 미국인의 이익을 위하고, 최대 고용·물가 안정을 촉진하기 위해 우리의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며 "우리가 고려할 건 경제 지표, 전망, 위험 균형이 전부"라고 말했다.
소비자 기대인플레이션과 5~10년 장기물 국채금리 추이. 자료=美연준, 블룸버그통신
이날 FOMC 정책결정문에도 "경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는 내용이 담겼다. 정책결정문에는 "실업률 상승과 인플레이션 위험이 증가했다고 판단한다"는 문구도 새로 추가됐다. 관세발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경고한 셈이다.
특히 미국의 1분기 경제 성장률이 수입 급증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가운데 Fed는 "순수출의 변동이 데이터에 영향을 미쳤다"는 문구 또한 포함해 관세 정책이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했다.
Fed는 정책결정문을 통해 "위원회의 평가는 노동 시장 상황, 인플레이션 압력과 기대 인플레이션, 금융·국제 정세 등 광범위한 정보를 고려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JP모건 에셋 매니지먼트의 데이비드 켈리 수석 글로벌 전략가는 이번 결정은 "다소 매파적"이라며 "Fed의 발표는 행정부에 대한 일종의 경고 신호로, 행간엔 '당신의 정책이 인플레이션과 실업률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