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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성공보다 성장

2024-08-07 08:33:24

사진=OSEN
사진=OSEN
지난 2020 도쿄올림픽 때 단식 32강전에서 탈락한 탁구선수 신유빈은 그 사이에 메달권을 바라보는 선수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파리올림픽 4강전에서 중국 첸멍에게 져 결승 진출에 실패했고 동메달 결정전에서는 역대 전적 4전4패로 절대 열세인 일본 하야타를 넘지 못해 4위에 머물렀습니다.

올림픽 경기는 종목에 따라 메달을 따는 과정이 조금씩 다릅니다. 육상, 수영처럼 동시에 여러 명이 출전해 실력을 겨루는 방식이 있는가 하면 높이뛰기, 역도처럼 기록을 재는 절대평가 방식도 있습니다. 또 펜싱, 유도 같은 종목은 맞붙어 싸운 상대를 이겨야 승리하는 방식이고 사격, 양궁처럼 한 사람씩 떨어뜨리거나 1:1로 겨뤄 상대를 제압하는 방식도 있습니다.

어쨌든 경기에서 이기려면 상대 선수들보다 조금이라도 잘하거나 맞붙어 싸워서 이겨야 합니다. 그런데 사격, 양궁, 역도 같은 기록경기는 내가 잘해도 이기지만 상대가 못하거나 결정적인 실수를 저질러도 이깁니다.

이와 관련해 지금은 문화체육부 제2차관이 된 장미란이 선수 때 겪었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2007년 세계선수권대회가 자기의 역도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고 했습니다. 최대 라이벌인 중국 무솽솽 선수가 시합 전에 준비운동 하는 걸 지켜보면서 문득 모든 선수가 죽을 정도로 노력한다는 걸 깨달았답니다. 그러면서 경쟁자가 어떤 노력을 했든 그저 실수하기를 바라는 자신이 부끄러웠다고 고백했습니다. 그 때부터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너는 네가 준비한 것을 다 해라. 나는 내가 준비한 것을 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는 겁니다. 그러자 상대의 실수를 바라며 긴장하던 마음이 사라지고 오로지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신유빈은 3.4위전을 마치고 자신을 이기고 바닥에 주저앉아 눈물을 쏟는 하야타에게 다가가 축하인사를 건네며 안아주었습니다. 나중에 그는 선수들의 간절한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그랬다고 했습니다. “하야타도 그렇고 모든 선수가 열심히 노력하고 간절하기 때문에 그 부분을 인정해주고 싶었다. 나도 그런 단단한 선수가 되고 싶은 마음에 축하한다는 말을 전했다”고 했습니다.

메달을 따든 못 따든, 경기에서 이기든 지든 장미란의 말처럼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은 모두 죽을 만큼 노력한 사람들입니다. 경기가 끝나고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은 승패나 메달 때문 만은 아닐 것입니다. 성공한 것처럼 보이지만 성공이 아닐 수도 있고 실패했지만 성공보다 값진 실패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성공과 실패를 뛰어넘은 ‘성장’입니다.

자신을 꺾은 상대를 축하하며 더 단단한 선수가 되겠다는 각오를 다진 신유빈이나 서로의 최선을 기원하는 장미란의 순결한 소망은 성공, 실패와 상관없이 성장에 맞춰져 있습니다. 요행을 바라거나 상대의 실수를 기대하지 않고 연습한 대로 하겠다는, 상대가 아니라 어제의 나보다 더 나아지겠다는 정직한 성장. ^^*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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