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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시대 유력 대안 ‘신탁’

2024-08-16 14:20:59

고령화 시대 유력 대안 ‘신탁’
[비욘드포스트 조동석 기자] 일본 신탁시장은 주로 법인 및 기관투자자의 자금 운용·관리 중심으로 성장했으며, 개인 대상 상속·승계를 위한 신탁시장은 알려진 것 대비 크지 않다. 다만, 2000년대 이후 자산 이전 목적에 부합하는 다양한 상속·승계 신탁 상품이 활성화되고 있으며, 소비자의 진입 장벽도 한국 대비 낮다. 빠른 고령화 속도에 따른 세대간 자산 이전 지원을 위해 이해관계자들의 신탁 활성화 노력이 필요하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박지홍 연구위원의 ‘일본 신탁시장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서다.

신탁은 신탁 설정자(위탁자)가 신뢰할 수 있는 신탁 인수자(수탁자)에게 재산을 맡기고 위탁자가 지정한 자(수익자) 이익을 위해 필요한 행위를 하게 하는 계약이다.

수탁자에게는 법률에 따라 엄격한 의무가 부과되므로 신탁 재산은 안전하게 관리된다. 특히 한국은 신탁 가능한 재산이 7개로 한정되어 있지만, 일본은 특별한 제한이 없다.

일본 신탁시장(상사신탁)은 2023년 9월말 기준 수탁고 기준 1,579조엔(약 1경 4천조원)을 기록하며, 외형적으로는 한국(2023년말 1,302조원)의 10배 수준이다.

한국과 명확한 비교를 위해선 펀드 수탁고인 투자신탁과 한국에는 없는 재신탁 수탁고를 제외해야 하며, 이 기준으로는 780조엔(약 7천조원) 규모로 집계된다.

2000년 초만 하더라도 200조엔 수준이던 일본 신탁시장은 이후 포괄신탁과 재신탁 허용 및 재신탁은행 등장으로 연평균 8% 수준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포괄신탁은 신탁 계약 하나에 복수의 재산을 맡기는 방식이며, 재신탁은 수탁자가 신탁재산 관리 등의 신탁 업무 일부를 다른 신탁업자에게 재위탁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에선 포괄신탁을 종합재산신탁이라고 부르며, 재신탁은 실질적으로 불허한다.

단, 일본의 포괄신탁과 재신탁은 개인의 종합재산관리 목적보다는 주로 법인 및 기관투자자가 자금 운용과 관리를 위해 활용되는 측면이 강하다. 개인 대상 상속·승계를 위한 신탁시장은 금전신탁 중심이며, 알려진 것 대비 크진 않다.

이런 가운데 2000년대 일본 당국은 신탁의 자산 이전 기능 강화를 골자로 신탁업법 및 신탁법을 개정했으며, 이후 신탁은행은 유언 관련 겸영업무(유언장 보관 및 집행, 유산정리)를 넘어 신탁 계약인 유언대용신탁 및 수익자연속형 신탁 등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개인 대상 신탁상품은 자산 증식 목적이 대부분이었으나 2000년 이후 자산 이전 목적의 상품 라인업이 확대되는 추세다.

유언대용신탁은 2023년말 누적 가입 24.7만건을 기록하며 상속 대비 상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또 정부의 세대간 자산 이전 독려를 위한 제도 추진을 바탕으로 조부모의 손자녀 교육자금 증여신탁(2013년), 결혼·양육자금 증여신탁(2015년) 등도 출시했다.

최근에는 치매 신탁, 1인 신탁 등과 같은 특화 상품도 출시되었으며, 기존 신탁상품에 다양한 고령자 특화 서비스(요양 등)를 추가하여 소비자 선택권을 다양화했다.

일본에서 상속·승계 목적의 신탁 상품 이용 시 소비자의 진입 장벽이 낮은 것도 특징이다. 일본 금전신탁은 수탁자가 운용 재량권을 가지는 불특정(지정) 방식 및 운용방법이 동일한 위탁자들의 신탁재산을 합쳐서 운용하는 합동운용 방식이 가능하다.

신탁업자 입장에서 합동운용 지정금전신탁은 역량에 따라 운용수익 확보가 가능해 소비자에게 수수료(신탁보수)를 낮게 받거나 받지 않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2006년 신탁법 개정 후에도 여전히 상사신탁 중심의 상속·승계 관련 신탁시장이 형성되었으나, 최근 가족 간 민사신탁의 장점이 부각되며 주목 받고 있다. 신탁은행의 상속 관련 신탁은 일정액 이상의 금전만 취급하지만, 가족(부모-자녀)간 민사신탁 시 신탁 재산에 제한이 없어 소액, 다양한 재산 등을 신탁할 수 있다.

보고서는 “국내도 빠른 고령화 속도 속 세대 간 자산이전 지원을 위한 신탁 활성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국내 신탁시장은 금융상품 판매 목적의 금전신탁과 부동산 공급확대를 위한 부동산신탁 중심으로 발전해왔으며, 자산이전 목적의 신탁시장은 초기 수준이다.

2023년말 기준 국내 신탁시장은 수탁고 기준 1,302조원을 기록한 반면, 국내 주요 은행의 유언대용신탁 규모는 2023년까지 누적 기준 약 3조원 수준에 불과하다.

현재 국내의 고령화 속도를 감안할 때 가까운 미래에는 상속 및 승계 등 세대간 자산 이전이 본격화될 것이며, 신탁의 역할이 더욱 강조될 전망이다.

news@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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