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각공, ‘모여서 각자 공부하기’를 뜻합니다. 카페나 라운지 혹은 온라인 앱에서 모르는 사람끼리 함께 모여 각자 일이나 공부를 할 수 있게 동기부여하는 모임입니다. 하는 일은 과제, 업무, 독서, 코딩뿐 아니라 시험공부, 음악감상 등 개인의 목적에 따라 다양합니다. 혼자서는 집중하기 어렵거나 ‘딴짓’으로 산만해지는 ‘방해 요소’들을 없애 시간효율을 높이는 게 목적입니다.
모임에 따라 규칙은 자유롭게 정하지만 대체로 이런 순서입니다. 우선 체크인(Check in), 10분 정도 인사를 나누고 각자가 오늘 할 일을 발표합니다. 다음은 딥워크(Deep Work), 50~60분 각자 업무나 공부에 집중합니다. 절대 정적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10분 정도의 휴식(Recovery)시간에는 자유로운 수다와 정보를 공유합니다. 이때 동종의 고수에게 도움을 얻거나 다른 업종에서 영감을 받기도 합니다. 마지막은 체크아웃(Check out), 목표대비 달성 여부를 공유하고 헤어집니다.
내용은 비슷하지만 원칙이 있습니다. 첫째, 선언하고 시작하기. 그냥 “일할게요”보다 “기획안 초안 완성”처럼 구체적일수록 실행력이 올라갑니다. 둘째, 무소음이 원칙입니다. 셋째, 휴식시간도 함께 합니다. 일이 먼저 끝나거나 덜 끝났더라도 정해진 시간에 맞춰 움직입니다. 넷째, 상대의 직장, 나이 등 사적인 질문은 안 됩니다. 오로지 ‘지금 하고 있는 일’과 ‘성장’에 대한 화제에 집중하는 게 매너입니다. 마지막으로 비용은 각자가, 뒷정리는 스스로 깔끔하게 합니다.
과거 모임이 동료나 동호회 같은 친한 관계와 소속감을 강조했다면 요즘은 부담 없는 커뮤니티와 느슨한 연대를 선호합니다. 1인가구 증가와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서 개인은 자유를 얻었지만 동시에 사회적 고립도 마주해야 합니다. ‘모각공’은 ‘혼자 있고 싶지만 외로운 것은 싫은’ 현대인의 모순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편입니다.
직장은 이제 단순히 생계수단일 뿐 자아실현이나 소셜네트워크의 중심이 아닙니다. 모르는 사람들과의 모임은 직장 내 정치나 복잡한 인간관계에서 벗어나 ‘일하는 자아’로만 기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타인에게 나의 일을 공표하고 이를 수행하는 과정은 자신의 성실함을 증명하고 확인받는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의례가 됩니다.
모임에 참가한 사람들은 효과를 인정합니다. 누군가 옆에 있는 것만으로 집중도가 올라가고 같은 니즈를 가진 타인이 일종의 부드러운 감시자 역할을 해 게으를 수 없도록 긴장감을 준다는 겁니다. 또 자기가 할 일을 공개적으로 내뱉는 순간 사람들에게 창피당하고 싶지 않다는 사회적 체면이 일종의 ‘계약’으로 작용합니다. 또 ‘50분 집중 10분 휴식’이라는 운영을 집단이 함께 수행함으로써 혼자선 무너지기 쉬운 시간의 경계를 단단하게 잡아주는 효과도 있습니다.
현대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또 어떤 모양으로 진화할지 짐작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단순히 드러나는 현상만 보면 현대인이 느끼는 외로움은 누군가와 깊이 연결되지 않아서라기보다 자신이 하는 일이 가치 있는 일이라는 걸 알아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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