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기

[신형범의 千글자]...기적 같은 행복

기사입력 : 2024-09-20 08:34
+-
[신형범의 千글자]...기적 같은 행복
Ep.1》 10년 넘게 2천 건 가까운 이혼소송을 다룬 이혼전문 변호사는 부부관계에 있어 남다른 생각과 철학을 갖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인터뷰 진행자가 변호사에게 물었습니다. 남편이 가장 사랑스러울 때가 언제냐고.

변호사가 답했습니다. “침대에 누워 아이스케키를 다 먹고 손에 아이스케키 막대기를 들고 있었어요. 그런데 지나가던 남편이 무심하게 한 마디 툭 던지는 겁니다. ‘그거 나 줘’라고 했을 때 감동이 쓰나미처럼 몰려왔어요.”

Ep.2》 19살에 순간적인 판단 실수로 살인을 저지르고 100년형을 받은 재미교포 1.5세 얘기가 방송에 소개됐습니다. 모범수로 감형을 받아 30년 만에 출옥해 건실하게 살고 있는, 지금은 50세가 된 남자에게 물었습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어떤 날이 가장 기억에 남느냐고.

남자는 말합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던 날, 어머니의 사망 소식을 듣던 날, 누나의 사주를 받아 누나의 남자친구를 총으로 쏜 날, 감옥에서 석방되던 날 등 내 생애 많은 ‘그날(That day)’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평범한 일요일이었어요. 차를 타고 가는데 햇빛이 차 안으로 쏟아지고 바깥의 시원한 바람이 들어오면서 음악이 들리는 거예요. 순간 생각했어요. ‘하나님 감사합니다’. 그 순간이 바로 나의 ‘그날’이예요.”

Ep.3》 아무 이유 없이 허리를 삐끗한 적 있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낫겠거니 싶어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웬걸, 아침에는 일어나기조차 힘들었습니다. 그러자 하룻밤 사이에 사소한 일들이 굉장한 일로 바뀌어 버렸습니다. 허리를 숙여 세수하는 것,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줍거나 양말을 신는 일, 심지어 앉았다 일어나는 것, 기침하는 것도 더 이상 쉬운 일이 아닌 게 됐습니다. 순간 깨달았습니다. 기적은 하늘을 날거나 바다 위를 걷는 게 아니라 땅에서 걸어다니는 것이라는 걸.

같이 사는 배우자가 찰나의 순간에 무심하게 던진 사소한 호의, 뭔가 대단한 일, 거창하고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아도 살아 있음을 감사하게 느끼는 순간, 오늘이 어제 같고 내일 또한 오늘 같더라도 훗날 기억에 남을 아무 일도 없는 그 날, 그 순간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습니다.

흔한 이야기지만 혼자 일어나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식사하고, 즐겁게 수다 떨고, 산책을 하고 그런 아주 사소한 일들이 바로 기적이고 행복 아닐까요. 다만 그런 소소한 일상이 기적이라는 것을 알았을 땐 대개 너무 늦은 다음이라는 것이 문제이긴 하지만요. 아침에 벌떡 일어나는 일이 소중하고 감사한 일임을 늘 기억하겠습니다. ^^*

sglee640@beyondpost.co.kr
<저작권자 © 비욘드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헤드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