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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기초과학연구원 공동연구팀,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치료'의 새 지평을 열다

이봉진 기자 | 입력 : 2025-07-30 15:14

세계 최초 별세포 GABA 조절 메커니즘 규명…신약 개발 획기적 진전

(사진 왼쪽부터) 이화여대_류인균 교수, 이화여대_윤수정 교수, IBS_이창준 단장, IBS_원우진 박사, 서울여대_이수지 교수 (사진제공=이화여대)
(사진 왼쪽부터) 이화여대_류인균 교수, 이화여대_윤수정 교수, IBS_이창준 단장, IBS_원우진 박사, 서울여대_이수지 교수 (사진제공=이화여대)
[비욘드포스트 이봉진 기자] 이화여자대학교 류인균 석좌교수(약학과·뇌융합과학연구원) 연구팀은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이창준 단장 연구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의 새로운 치료 표적이 뇌 속 별세포(astrocyte)의 GABA(감마아미노낙산) 조절 메커니즘에 있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메커니즘을 세포·분자 수준에서 새롭게 밝혀내고 이를 치료할 수 있는 신약 개발에 획기적인 진전을 이루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는 끔찍한 사고나 재해 등을 겪은 후 공포스러운 기억이 반복적으로 떠올라 극심한 불안과 고통을 느끼는 심각한 정신질환이다. 현재까지 세로토닌 수용체를 표적으로 하는 약물이 주로 사용되었지만, 치료 반응률이 20~30%에 불과해 새로운 치료 전략이 필요했다.

이화여대와 IBS 공동연구팀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 환자의 전전두엽에서 유독 많이 관찰되는 GABA 신경전달물질에 주목하고 이 물질이 뇌 속 ‘별세포’에 의해 생성된 것임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현미경으로 보면 실제 별처럼 가지 뻗은 모양을 하고 있어 이름 붙여진 ‘별세포’는 그간 정신질환 연구에서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비신경세포로서, 이번 연구는 별세포를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치료 표적으로 제시해 학계와 의료계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연구팀은 특히 380여 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인간 뇌영상 추적 연구를 통해 외상후스트레스장애 환자의 전전두엽에서 GABA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하는 사실을 확인했다. 반면 외상후스트레스장애가 회복기에 접어들면 GABA 농도도 정상화된다는 점에서 GABA의 조절이 증상 완화에 직접적으로 연결된다는 것을 입증했다.

이어 연구팀은 별세포에서 생성되는 과도한 GABA를 조절하는 신약후보물질 ‘KDS2010’의 효과를 동물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이 물질은 ‘모노아민옥시다제 B(MAOB)’ 효소를 선택적으로 억제해 GABA 수치를 정상으로 되돌리고, 뇌혈류와 외상후수트레스장애 증상을 회복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KDS2010은 현재 임상 1상을 성공적으로 마쳐 안전성이 확인되었으며, 앞으로 12주간의 임상 2상을 준비 중이다. 이는 별세포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 전략이 실질적인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치료제 개발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이번 연구는 실제 환자에게서 얻은 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실험실에서 뇌에서 일어나는 생물학적 과정을 역으로 추적한 ‘역중개연구(reverse translational study)’ 방식을 통해 이루어졌으며, 대규모 인간 대상 임상 연구, 사후 뇌조직 분석, 동물실험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실제 환자에게 적용 가능한 맞춤형 치료전략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된다.

류인균 교수 연구팀 연구성과 관련 이미지 (사진제공=이화여대)
류인균 교수 연구팀 연구성과 관련 이미지 (사진제공=이화여대)
이화여대 류인균 석좌교수는 “이번 성과는 인간의 뇌에서 확인한 주요 단서를 동물모델에서 기전적으로 규명하고, 실제 치료제 개발로까지 연결한 역중개연구의 모범사례”라며 “그동안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던 외상후스트레스장애의 근본 원인을 별세포라는 예기치 못한 주체에서 발견한 획기적인 연구로, 향후 실질적인 치료제로 발전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창준 IBS 단장은 “이번 연구는 별세포가 외상후스트레스장애의 핵심 기전에 직접 관여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입증한 연구로, 기존의 신경세포 중심 치료 패러다임을 넘어서는 중요한 발견”이라며 “앞으로 별세포 조절을 통해 다양한 정신질환에 대한 새로운 치료 전략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네이처 포트폴리오(Nature Portfolio) 출판사의 생화학분자생물학 및 세포생물학 분야 최고 국제학술지인 ‘신호 전달 및 표적 치료(Signal Transduction and Targeted Therapy, IF 52.7)에 지난 7월 28일 온라인에 게재됐다.

bjlee@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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