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에 이어 또 영화 이야기입니다. 한국사람이면 다 아는 얘기입니다. 삼촌이 조카인 왕을 내쫓고 스스로 왕이 된 이야기. 그러다 그 조카는 결국 죽음을 맞는다는 사실은 이순신 장군의 죽음처럼 다 아는 결말입니다. 소셜, 영화, 드라마에서 반복된 이 이야기를 또 다른 시선으로 만든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요즘 인기입니다.
사실 그 때 죽은 조카는 폐위되어 시호를 받지 못하고 ‘노산군’으로 불리다가 숙종 때에 와서야 단종으로 복위됐습니다. 무덤도 ‘노산군 묘’였다가 숙종 때 ‘왕릉’의 지위를 갖게 됐습니다. 바로 강원도 영월에 있는 장릉(莊陵)입니다. 조선의 왕릉은 원래 도성에서 100리 안쪽에 두는 게 원칙이지만 단종은 유배됐던 곳에 무덤이 만들어진 탓에 조선왕릉 중에서 유일하게 강원도에 위치한 왕릉이 됐습니다.
재미있는 건 대한민국에 장릉이 두 개가 더 있다는 사실입니다. 한자는 다르지만 우선 경기도 파주에 있는 장릉(長陵)입니다. 조선 16대 왕 인조와 첫 번째 왕비인 인열왕후가 안장된 능입니다. 두 사람이 하나의 봉분에 같이 묻혀 있는 형태인 합장릉(合葬陵)입니다. 원래는 인조가 승하했을 때 먼저 죽은 인열왕후 능 옆에 나란히 묻었는데 능에 화재가 나고 뱀과 전갈이 능을 침범하는 일이 빈번해지자 영조 때 지금의 자리로 이장하면서 두 묘를 합쳐 합장릉으로 만들었습니다.
다음은 경기도 김포에 위치한 장릉(章陵)입니다. 선조의 5번째 아들이자 인조의 아버지인 이부(李琈)와 그의 부인 무덤입니다. 인조반정으로 아들이 왕위(인조)에 오르자 이부는 대원군에 책봉됐고 원종의 칭호와 함께 무덤도 장릉으로 불렸습니다. 파주에 있는 아들 인조 내외와 달리 왕릉과 왕비릉이 나란히 있는 쌍릉으로 조성됐습니다. 인천 검단 신도시에 건설 중인 아파트단지가 조망을 가린다고 해서 논란이 일었던 곳이 바로 이 김포의 장릉입니다.
조선왕릉은 조선의 역대 왕과 왕비가 묻힌 능을 말하는데 총 42기가 전해집니다. 이 중 40기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는데 제외된 2개, 즉 제릉과 후릉은 현재 북한에 위치해 있기 때문입니다. 또 반정으로 폐위된 연산군과 광해군의 묘도 제외됐습니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왕릉이 주인공이 아니라 단종의 시신을 수습했다고 알려진 엄흥도라는 인물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 참에 장릉과 함께 저마다의 사연으로 가득한 조선왕릉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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