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 되니까 봄의 안쪽으로 한발 더 살짝 들어선 느낌입니다. 겨우내 실내에서만 운동하기 답답했는데 날이 풀리면서 밖에서 달리기 좋은 계절이 됐습니다. 요 몇 년 사이 ‘러닝열풍’이라는데 20년 동안 꾸준히 달린 나로선 유행에 편승하는 가벼운 사람으로 보일 것 같아 기분이 좋지는 않습니다.
오래 달린 사람으로 조언 한 마디 하자면 매일 달려도 살은 잘 빠지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체중을 줄이는 데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건 운동량이 아니라 음식입니다. 6~70분 달리고 나서 맛있는 걸 양껏 먹으면 기분은 좋습니다. 기분이 좋은데 체중은 늡니다. 그러니 음식 조절은 안 하면서 달리기로 살 빼려고 했다가는 실망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내가 직접 들은 건 아니지만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달리기는 인생에 대한 가장 위대한 은유다. 노력한만큼 얻기 때문이다.” 동의합니다. 몰입과 희열, 고독과 권태, 성취와 좌절까지, 살면서 경험하는 많은 것들이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달리기는 몸을 만드는 운동이 아니라 마음을 만드는 운동에 더 가깝습니다. 육체보다는 마음으로 달리기를 이해하는 사람이 바로 진정한 러너입니다.
달리기는 또 집중력과 인내심 자기규율을 길러 줍니다. 생활인으로서 성실성과 삶에 대한 태도에도 긍정적인 도움을 주기 때문에 40대를 지나면서 시작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래서 철이 좀 일찍 든 MZ들의 유입도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인간은 오래 달리기가 가능한 유일한 동물이고 그렇기 때문에 살아 남았습니다. 속도보다 느림에 집중하면서 환경과 조화를 이루면서 다른 사람과 함께 달렸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대의 달리기는 과학과 기술, 심지어 장비에 과도하게 집착하면서 영혼을 고갈시킨 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원시적이며 직관적이고 창의적인 달리기로 돌아가야 한다고 믿는 편입니다. 그래서 달리는 동안에 나는 ‘아무도 이기지 않았지만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재미있는 건 달리기도 진화한다는 사실입니다. 어느정도 익숙해지면 대회에 나가기 시작하는데 어느덧 대회 참가가 습관이 됩니다. 이 조그만 나라에서 1년 동안 전국에서 주말과 공휴일에만 열리는 마라톤대회가 5백 개가 넘습니다. 국내 대회가 시들해지면 해외로 눈을 돌려 자칭 ‘글로벌 러너’가 됐다가 결국엔 울트라마라톤이나 철인3종 같은 익스트림 스포츠로 ‘탈덕’하기도 합니다.
대회 참가가 아니더라도 달리기는 그 자체만으로 즐기기에 충분합니다. 나는 달리는 동안 멍한 상태에서 다른 세계가 펼쳐지는 걸 즐깁니다. 미워하는 사람을 용서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립니다. 햇빛과 바람, 나뭇잎 팔락거리는 소리와 아침햇살에 빛나는 윤슬, 바닥을 딛고 앞으로 전진할 때마다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 근육의 움직임을 느낍니다. 그 모든 순간의 고요가 나를 조금씩 더 나은 사람으로 이끄는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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