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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내 이름이 어때서

비욘드포스트 이순곤 기자 | 입력 : 2026-05-07 15:22

자료=주간조선(구글이미지)
자료=주간조선(구글이미지)
오래 전 회사 다닐 때 내가 맡고 있는 부서에 ‘초롱’이라는 이름을 가진 신입사원이 들어왔습니다. 예쁘고 똑똑한 데다 일도 책임감 있게 잘했습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이름 때문에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하고 와서 속상해 우니까 엄마가 물었습니다. “초롱아, 그러면 이름을 바꿔줄까?” “엉엉… 이름은 됐고 성을 바꿔 줘.”

초롱이는 시조가 우리가 잘 아는 중국의 사상가 맹자(孟子)이고 맹자의 51세손 맹의가 고려 충렬왕 때 지금의 아산 근처 신창에 수령으로 책봉되면서 시조가 된 ‘신창 맹씨’ 후손입니다. 세종 때 좌의정과 우의정을 지낸 맹사성도 초롱이의 선조입니다. 이 얘기를 듣고 한참 웃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름은 한 글자부터 세 글자 넘는 경우도 있어 다양하지만 가장 보편적인 한국인의 이름은 한 글자 성에 이름 두 글자로 구성됩니다. 성씨는 아주 오래 전부터 대를 이어 내려오는 조상과 가문의 아이덴티티이며 자신의 뿌리를 나타내는 ‘과거’를 뜻합니다. 그래서 아주 예외적인 일이 벌어지지 않은 이상 어린 ‘초롱’이가 원했던 것처럼 성씨가 바뀌는 경우는 없습니다.

그리고 형제와 사촌, 육촌들과 한 글자를 공유하는 항렬(行列)이라는 게 있습니다. ‘돌림자’라고도 하는 항렬은 동시대를 더불어 살아가는 ‘현재’를 의미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한 글자는 ‘이렇게 성장했으면’ 또는 ‘이런 삶을 살았으면’ 하는 희망을 담아 짓는 ‘미래’를 상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한국인의 이름 석 자에는 한 사람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모두 담겨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최근 한 부부는 아이를 낳고 출생신고를 거부당하자 헌법소원을 냈지만 기각됐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부부는 딸의 이름에 ‘예쁠 래(婡)’를 넣고 싶었지만 정부가 인명용으로 정한 한자 9389자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게 등록 거부의 이유인데 헌법재판소가 정부의 손을 들어준 것입니다. 자녀 이름을 짓는 건 부모의 자유이고 소중한 권리인데 잘 사용하지 않는 한자라고 해서 등록이 안 된다는 건 개인의 자유, 나아가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으로 보면 부부의 억울함이 이해가 됩니다.
반면 우리 전산시스템이 허용하는 한자는 한자 종주국인 중국이 인명용으로 허용하는 8105자, 일본의 2999자보다 더 많아서 웬만한 글자는 9389자 안에서 고를 수 있습니다. 굳이 예외적인 몇 글자 때문에 막대한 예산과 관리비용이 소요되는 국가 시스템을 바꾸는 건 ‘공공선(公共善)’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헌법재판소의 결정도 타당해 보입니다.

결국 개인의 자유, 행복과 공동체의 관리효율 중에서 어떤 걸 선택하느냐는 그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와 비전, 문화적인 환경 등이 영향을 미칠 텐데 정답은 없습니다. 그치만 부모들은 자식 이름에 자신들의 소망을 담는 경우가 많습니다. 건강, 장수, 지혜, 재물 중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이 부모 마음입니다. 그렇다고 이름에 지나치게 힘을 주거나 너무 어렵고 무거운 한자를 쓰면 아이가 이름의 기운에 눌린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그래서 어른들이 튀지 않고 무난한 이름을 골랐던 정신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름이 자식의 삶에서 굴레가 아니라 스스로 자기 색깔을 채울 수 있는 넉넉한 여백이 되게 해주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

[비욘드포스트 이순곤 기자]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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