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변동성과 서투른 정책으로 개인 투자자, 최대 피해...하루 5% 급등락, 올들어 벌써 33일에 달해
[비욘드포스트 이성구 전문위원] 미국의 경제 전문 매체 블룸버그통신은 “한국이 투자 부적합 국가가 되고 있다”고 비판하는 칼럼을 게재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산업 호황이라는 긍정적인 요인에도 극심한 변동성과 정부의 서투른 정책이 투자자들에게 트라우마를 안겼다는 지적이다.
블룸버그통신은 3일(현지시간) "한국은 극심한 변동성으로 투자 부적격 국가가 되고 있다"는 비판 칼럼을 게재했다. 사진=블룸버그통신
3일(현지시각)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슐리 렌은 ‘한국 역시 투자 부적합 국가가 되고 있다(South Korea Is Becoming Uninvestable, Too)’라는 제목 칼럼에서 “한국은 올해 세계에서 가장 뜨겁고 변동성이 큰 주식 시장”이라며 코스피가 단 27거래일 만에 40% 가까이 폭락한 점을 짚었다. 이는 2015년 중국 증시 폭락 사태와 맞먹는 수준이다.
그는 코스피 시가총액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AI 인프라 붐의 직접적인 수혜자이고, 코스피가 10년 만에 최저수준인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5.5배에 거래되고 있어 저평가 매력이 부각될 수 있다는 강세론자들 주장을 먼저 언급했다. 하지만 렌 칼럼니스트는 “이같은 단순한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칼럼은 최근 매도세와 코스피를 부양하려는 정부의 서투른 시도가 새로운 투자자 층에 트라우마를 안기고 시장에 오명을 씌웠다고 지적했다. 특히 ‘변동성’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올해 들어 코스피가 하루 5% 이상 등락한 날은 무려 33일에 달했다. 반면 일본 닛케이 225지수는 4일, 홍콩 항셍지수는 한 번도 없었다는 점을 꼽았다. 이러한 극심한 변동성은 외국인 기관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를 외면하게 만드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기사에서 코스피증시의 급락으로 36만개에 달하는 증권 계좌가강제 청산당했다고 지적했다. 코스피 변동성지수와 코스피지수 추이. 자료=블룸버그통신
칼럼은 변동성을 키운 주범으로 정부가 5월 말 도입을 승인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지목했다. 골드만삭스 추산에 따르면, 코스피가 정점을 찍었던 6월 당시 SK하이닉스 주가가 5% 움직일 때 ETF 리밸런싱 자금이 이 종목 일평균 거래량 40%를 차지할 정도로 시장을 교란했다.
정부가 뒤늦게 개인의 레버리지 ETF 접근을 제한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칼럼은 상품 자체를 중단시키지 않는 한 부작용은 여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극단적인 가격 변동이 일어나는 날에는 레버리지 상품이 여전히 SK하이닉스 거래량의 17%를 차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분석 기사에서 정부 정책 실패의 가장 큰 피해자로 개인 투자자들을 꼽았다.
이들은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 해소를 내건 이재명 대통령의 주식 개혁을 믿고 투자에 나섰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그러나 외국인들이 시장을 빠져 나가는동안 코스피를 사들였던 개인들은 엄청난 손실을 안게 됐다.
가장 인기 있는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는 6월 고점 대비 84%나 폭락했다. 36만 개에 달하는 증권 계좌가 강제 청산당했다. 특히 강제 청산 계좌 62%는 35세 이하 젊은 층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의 일관성 없는 행보도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칼럼은 국민연금이 코스피 보유 물량 매도를 피하기 위해 국내 주식 투자 목표치를 임의로 상향조정하면서, 시장 과열을 식히는 연기금 본연의 역할을 저버렸다고 지적했다. 과거 규정에 따라 행동하지 않음으로써 코스피 열풍을 부추기는 데 일조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어 칼럼은 “최근 몇 년간 글로벌 자산 운용사들은 정부의 정책 실패와 투자자 경시를 이유로 중국을 투자 부적합 국가로 평가해왔는데, 불행히도 한국에 대해서도 비슷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며 “한국 정부가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처음 투자에 나선 젊은 투자자들이 제대로 보호받고 있는지 자성할 때”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