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김신 기자] 유산균 제품을 고를 때 소비자가 가장 쉽게 비교할 수 있는 기준 중 하나는 ‘보장균수’다. 제품마다 수십억에서 수백억 CFU(Colony Forming Unit)를 강조하면서 유산균 시장에서도 오랫동안 ‘얼마나 많은 균을 담았는가’가 중요한 경쟁 요소로 활용돼 왔다.
그러나 프로바이오틱스에 대한 연구가 축적되면서 단순히 숫자가 클수록 더 우수한 제품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프로바이오틱스의 특성은 균의 숫자뿐 아니라 어떤 균주를 사용했는지, 해당 균주가 어떤 연구 근거를 가지고 있는지, 어느 정도의 양을 섭취했는지 등 여러 요소를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제 프로바이오틱스·프리바이오틱스학회(ISAPP)는 특정 건강 효과를 표방하는 프로바이오틱스의 경우 정의된 균주와 해당 균주 또는 균주 조합에 대한 적절한 인체 연구 근거가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보장균수가 곧 효과의 크기는 아니다
보장균수는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정보다. 살아 있는 미생물을 활용하는 만큼 일정 수준의 생균이 제품의 소비 시점까지 유지되는지는 제품의 기본적인 품질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다만 보장균수가 많다는 사실과 특정 건강 효과가 그만큼 커진다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다.
프로바이오틱스의 용량과 효과 사이의 관계를 분석한 사람 대상 연구들을 살펴보면 건강 목적에 따라 결과가 서로 다르게 나타난다. 일부 영역에서는 높은 용량과 효과 사이의 연관성이 관찰된 반면, 다른 영역에서는 명확한 용량-반응 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다.
결국 ‘10억보다 100억, 100억보다 1,000억이 항상 더 좋다’는 단순한 공식으로 프로바이오틱스의 가치를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얼마나 많은가’에서 ‘어떤 균인가’로
프로바이오틱스 연구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또 다른 요소는 ‘균주’다. 같은 종에 속하는 미생물이라도 균주에 따라 서로 다른 특성을 나타낼 수 있다. 따라서 특정 기능에 대한 근거를 평가할 때 단순히 락토바실러스나 비피도박테리움과 같은 큰 범주의 이름만 확인하는 것보다 실제 연구에 사용된 균주와 섭취량 등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의 경쟁 기준 역시 이러한 연구 흐름과 함께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높은 보장균수를 직관적으로 강조했다면 최근에는 특정 균주의 특성과 연구 근거, 여러 균주의 조합 등 제품을 구성하는 ‘내용’ 자체를 세분화해 바라보는 접근이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새로운 질문이 생긴다.
좋은 균주를 충분한 양으로 섭취하는 것만으로 프로바이오틱스를 모두 설명할 수 있을까.
유산균에서 ‘장내 생태계’로 넓어지는 연구
사람의 장에는 수많은 미생물이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이들은 서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섭취하는 음식과 다양한 식이 성분, 다른 미생물 및 이들이 만들어내는 대사산물 등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한다.
사람마다 장내 미생물의 구성도 다르다. 때문에 최근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에서는 특정 미생물 하나만을 바라보기보다 미생물이 존재하고 활동하는 장내 생태계 전체를 함께 이해하려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프로바이오틱스 역시 마찬가지다. 균의 숫자와 균주를 연구하는 것과 함께 해당 미생물이 어떤 식이 성분과 만나고 기존 장내 미생물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까지 연구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식물 유래 성분과 장내 미생물의 상호작용도 연구
이 과정에서 주목받고 있는 연구 대상 중 하나가 폴리페놀이다. 폴리페놀은 과일과 채소, 올리브, 차 등 다양한 식물성 식품에 존재하는 성분이다. 과거에는 주로 항산화 특성을 중심으로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장내 미생물과의 상호작용 역시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장내 미생물이 폴리페놀을 다양한 대사산물로 전환하는 한편, 폴리페놀과 그 대사산물 역시 장내 미생물의 구성과 활동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연구되고 있다.
특히 이러한 관계는 일방향이 아니다. 개인마다 서로 다른 장내 미생물 구성이 폴리페놀의 대사와 이용에 영향을 줄 수 있어 학계에서는 폴리페놀과 장내 미생물의 관계를 ‘양방향 상호작용’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다음 유산균 경쟁은 ‘숫자’가 아닌 ‘환경’일까
보장균수는 여전히 프로바이오틱스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축적된 연구를 고려하면 숫자 하나만으로 특정 프로바이오틱스의 가치를 판단하는 것 역시 경계할 필요가 있다.
‘얼마나 많은 균을 넣었는가’와 함께 ‘어떤 균주인가’, ‘어떤 근거가 있는가’, 나아가 ‘어떤 식이 성분 및 장내 환경과 상호작용 하는가’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연구 흐름을 바탕으로 프로바이오틱스와 폴리페놀 등 식물 유래 성분을 함께 바라보는 ‘파이토바이오틱스(Phytobiotics)’와 같은 접근도 제시되고 있다. 균의 숫자를 늘리는 데 집중하기보다 유산균과 식물 유래 성분, 장내 미생물 환경 사이의 관계까지 연구 범위를 넓히려는 시도다.
다만 특정 식물 유래 성분이 프로바이오틱스의 장내 정착이나 건강 효과를 직접적으로 높인다고 일반화하기에는 아직 추가적인 인체 연구가 필요하다.
결국 프로바이오틱스 연구의 다음 과제는 ‘균수를 얼마나 높일 것인가’라는 단일한 질문에 머물지 않는다. 균주와 용량, 식이 성분, 개인마다 다른 장내 미생물 환경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함께 규명하는 연구가 지속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비욘드포스트 김신 기자 bp_ks@beyond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