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김민혁 기자] 가을이 깊어지면서 해가 지는 시간이 빨라지고 있다. 퇴근길이나 저녁 외출처럼 어두운 환경에서 눈을 사용하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시기다. 낮에는 큰 불편 없이 생활하다가도 해 질 무렵부터 시야가 답답하거나 자동차 전조등과 가로등이 번져 보인다면 단순한 눈의 피로로만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다.
특히 40~50대 이후라면 노안과 함께 백내장으로 인한 시야 변화가 시작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두 가지 모두 중년 이후 흔히 나타날 수 있어 혼동하기 쉽지만 실제 눈에서 일어나는 변화에는 차이가 있다.
노안은 나이가 들면서 수정체의 탄력과 초점을 조절하는 힘이 떨어지는 현상이다. 스마트폰이나 책의 작은 글씨가 흐릿해지고 가까운 것을 보다가 먼 곳을 바라볼 때 초점 전환이 더디게 느껴지는 것이 대표적이다.
반면 백내장은 투명했던 수정체가 혼탁해지면서 눈으로 들어온 빛이 제대로 통과하지 못하는 질환이다. 단순히 가까운 곳만 불편해지는 것이 아니라 시야 전체가 뿌옇거나 안개가 낀 것처럼 느껴질 수 있으며, 색상이 이전보다 선명하지 않거나 빛이 퍼져 보이는 등의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가을철에는 이러한 차이를 야간 운전 중 먼저 체감하는 경우도 있다. 어두운 환경에서는 동공이 커지면서 낮에는 크게 느끼지 못했던 눈부심이나 빛 번짐, 대비감 저하가 두드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맞은편 차량의 전조등이 이전보다 심하게 퍼져 보이거나 도로 표지판과 차선이 선명하지 않고, 밝은 곳과 어두운 곳을 오갈 때 적응이 더디게 느껴진다면 눈 상태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이러한 증상이 있다고 해서 모두 백내장은 아니다. 안구건조증이나 교정되지 않은 근시·난시, 각막 이상, 망막이나 시신경 질환 등에서도 비슷한 불편이 나타날 수 있다. 노안과 초기 백내장이 동시에 진행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증상만으로 원인을 구분하기보다 검사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돋보기나 안경을 새로 맞췄는데도 이전처럼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다면 더욱 주의해야 한다. 노안이나 굴절 이상으로 인한 불편은 적절한 안경을 통해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지만, 수정체 자체의 혼탁이 진행된 백내장은 안경 도수를 조정하는 것만으로 원하는 시력을 얻기 어려울 수 있다.
백내장이 발견됐다고 해서 곧바로 수술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초기이고 일상생활에 큰 불편이 없다면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진행 정도를 관찰할 수 있다. 반대로 시야 흐림이나 눈부심, 빛 번짐 때문에 운전이나 독서, 컴퓨터 업무 등에 지장이 생기기 시작했다면 현재 눈 상태와 생활 패턴을 고려해 수술 시기를 상담할 수 있다.
백내장 수술은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한 뒤 그 자리에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단순히 혼탁한 수정체를 제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수술 후 환자가 어떤 거리의 시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까지 살펴보는 것이다.
운전을 자주 하는 사람과 스마트폰·독서를 많이 하는 사람, 컴퓨터 모니터를 장시간 사용하는 사람은 일상에서 중요하게 사용하는 시야 거리가 서로 다르다. 이에 따라 단초점부터 다초점 계열까지 다양한 인공수정체 가운데 눈의 조건과 생활 패턴에 적합한 선택지를 검토할 수 있다.
다만 노안까지 함께 불편하다고 해서 모든 환자에게 다초점 인공수정체가 적합한 것은 아니다. 각막 상태와 난시 정도, 황반과 망막, 시신경 상태 등을 충분히 확인해야 하며 야간 운전이 잦은 경우에는 빛 번짐이나 달무리 등 렌즈의 광학적 특성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특정 인공수정체의 기능만 보고 결정하기보다 정밀검사를 토대로 기대할 수 있는 시력과 적응 과정 등을 충분히 상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천퍼스트안과 박종서 대표원장은 “노안은 주로 가까운 거리의 초점 조절이 어려워지는 반면 백내장은 수정체 혼탁으로 인해 전반적인 시야의 선명도와 대비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특히 낮에는 괜찮았는데 해 질 무렵이나 야간 운전 시 전조등이 퍼져 보이고 사물의 경계가 예전보다 흐릿하게 느껴진다면 단순히 나이가 들어서 그렇다고 넘기지 말고 현재 눈 상태를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이어 “백내장 수술 시기를 결정할 때도 나이나 계절만을 기준으로 삼기보다 실제 생활에서 어느 정도 불편을 느끼는지를 살펴야 한다”며 “수술이 필요한 경우에는 백내장 진행 정도뿐 아니라 각막과 망막, 시신경 상태, 노안 정도와 평소 사용하는 시야 거리까지 종합적으로 확인해 수술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