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조동석 기자] DB그룹 경영권을 놓고 김남호 회장과 부친 김준기 창업회장 간 분쟁 조짐이 일고 있다. 여기에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행동주의 펀드 KCGI가 DB하이텍에 본격적으로 주주 행동에 나서며 분쟁이 격화될 수 있다.
김준기 DB그룹 창업회장은 지난해 말 DB김준기문화재단이 보유하던 DB Inc의 지분 4.3%를 매입했다. 이로써 김준기 창업주의 DB지분은 종전 11.61%에서 15.91%로 크게 늘어났다.
당시 DB그룹측은 김 창업주의 갑작스런 주식 대량매입에 대해 "22년 12월 30일부터 공익법인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문화재단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의 의결권이 제한됨에 따라,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DB INC의 안정적인 경영권 유지 차원에서 (김 창업주가) 지분을 인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론에 설명했다.
김 창업주와 아들 김남호 회장 지분(16.83%)과 격차는 불과 0.92% 포인트. 김 회장의 누나인 김주원 DB 부회장은 DB지분 9.87%를 갖고 있다. 아버지와 딸의 지분을 합하면 25.78%로, 아들 지분을 9% 가까이 크게 앞지른다. 2세 남매간 승계구도에 이상징후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DB그룹의 전신인 동부그룹은 주력인 건설, 제철의 부진과 투자 실패, 비메모리 반도체 부진으로 쇠퇴의 길을 걸었다. 건설, 제철 등 계열사들을 대거 매각하고 정리하는 구조조정 끝에 금융(DB손해보험)과 전자-IT(동부하이텍) 정도로 그룹 규모가 축소됐다.
DB하이텍 물적 분할
DB하이텍은 주력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반도체 설계(브랜드)를 함께 하던 업체였다. 파운드리를 존속회사로 하고, 브랜드를 신설회사로 물적분할하면 양쪽의 전문화도 살리고, 고객이해 상충문제 등도 해결할수 있다는게 물적 분할의 취지였다.
하지만 75%에 달하는 소액주주들의 반대가 거셌다. 물적 분할은 존속법인이 신설법인 지분을 100% 보유하는 만큼 신설회사가 분할후 재상장하면 기존 주주들의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이 크서다.
소액주주들의 거센 반발로 작년 9월 물적 분할을 포기하는가 했던 DB하이텍은 지난 3월7일 이사회를 열고 다시 물적 분할안을 기습 상정, 통과시켰다. 3월29일 주총을 통과했다. 팹리스 사업부는 지난달 ‘DB글로벌칩’이라는 독립 법인으로 분사했다.
DB하이텍 주요 주주는 DB 12.39%, DB생명 0.78%, DB김준기재단 0.62%, 김준기 3.60%, 김주원 0.39% 등이고, 김남호 회장은 개인지분이 없다.
이런 사정으로 미뤄 김 창업회장이 장남에게 경영권을 승계시키는 것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딸을 밀어줘 아들과 경쟁시키려는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주원 부회장이 부친의 우호 세력이라는 평가가 많다.
이런 가운데 KCGI는 지난 4월20일부터 세 차례 DB하이텍에 공문을 보냈으나 DB하이텍 측이 대면협의 일정 협의를 무기한 연기해 주주서한을 공개했다. KCGI는 "주주 협의 요청 과정을 통해 DB하이텍의 지배주주와 경영진이 주주와의 소통,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에 강한 의문을 품게 됐다"며 "주주서한 공개만이 DB하이텍의 주주와 시장과의 소통, 이를 통한 거버넌스 개선을 이끌어낼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했다.
DB하이텍 측은 "준비할 자료가 방대해 시일이 걸리고 있는 것이지 대면 협의 거부는 아니다"라고 항변하고 있다.
시장에선 KCGI가 본격적으로 DB그룹 경영권을 놓고 김남호 회장과 부친 김준기 창업회장 간 분쟁에 개입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KCGI는 주주서한에서 DB하이텍의 독립적인 이사회 구성을 요구했다. KCGI는 "지배주주 일가의 개인회사처럼 경영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주주를 위한 독립적인 이사회를 구성해 내부통제 장치를 갖추고 주주권익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KCGI는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고 이사회 내 위원회 추가 신설 등을 제시하면서 김준기 창업회장의 퇴사와 김남호 회장의 책임 경영을 요구했다. 김 창업회장은 2017년 비서를 상습 성추행한 혐의로 피소돼 회장직을 내려놨다. 2019년엔 가사도우미에 대한 피감독자 간음 혐의로 긴급 체포된 후 구속 송치, 2020년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2021년부터 미등기임원(경영자문)으로 이름을 올렸다. KCGI는 이들이 지나친 보수를 수령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김 창업회장은 지난해 상근 경영자문 역할로 31억2500만원의 보수를 수령했다. 김 회장은 37억100만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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