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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중산층의 기준

2024-07-10 08:35:20

자료=NH투자증권
자료=NH투자증권
최근 상속세법 개정과 관련해 정치권에선 중산층에까지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항간에 떠도는 중산층에 대한 기준을 한번 볼까요. 서울에 빚 없이 30평짜리 아파트, 현금 및 금융자산 1억 이상, 2000cc 이상 승용차, 자녀 2명, 매년 해외여행 1회. 터무니없는 기준이라고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시대에 상관없이 반복되어 회자되는 건 그만큼 많은 사람이 공감한다는 뜻이겠지요.

참고로 다른 나라는 ‘중산층’을 어떻게 설명하는지 보겠습니다. 1962~1968년 집권했던 프랑스 퐁피두 대통령이 ‘삶의 질’ 관점에서 설명한 기준입니다. ①할 줄 아는 외국어 하나 ②직접 참여하고 즐기는 스포츠 있을 것 ③다룰 수 있는 악기 ④남과 다른 맛을 내는 요리 ⑤공공 이슈에 적극 참여 ⑥약자를 돕고 꾸준한 봉사활동 이렇게 여섯 가지 기준을 내세웠습니다.

영국은 와튼스쿨의 가르침을 응용해 이렇게 제시합니다. ①페어 플레이할 것 ②자신의 주장과 신념을 가질 것 ③독선적으로 행동하지 말 것 ④약자를 돕고 강자에 맞설 것 ⑤불법, 불의에 의연하게 대처할 것. 미국은 공립학교에서 ‘중산층’의 기준을 이렇게 가르칩니다. ①자신의 주장에 떳떳할 것 ②사회적 약자를 도울 것 ③불의 부정 불법에 저항할 것 ④정기적으로 구독하는 시사비평지가 있을 것.

어떤 건 출처도 분명하지 않고 당연히 공식화 된 기준도 아닙니다. 단순비교하기 어려운 주제의 얘기가 인터넷에서 이리저리 옮겨지면서 일부는 왜곡된 것도 있지만 의외로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면 저 엉터리 같은 중산층의 기준에 왜 많은 사람이 휘둘릴까요.
계급 또는 계층의식이라는 건 객관적 수치와 통계가 아니라 정치 사회 문화 등 여러 요인으로 결정됩니다. 따라서 ‘중산층’이라는 말이 가진 정치 사회 문화적 함의로 시야를 넓혀서 봐야 합니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중산층은 살면서 경제적 독립성과 다방면의 자유를 누리는 계층을 뜻합니다. 늘 생계를 걱정하면서 인격적 정신적으로 누구에게 종속될 수밖에 없는 서민과 달리 자신의 토지와 재산을 소유하며 자기 삶의 터전에서 나름의 목소리를 내고 영향력도 행사하면서 살아가는 자유인입니다. 그렇다고 그들이 귀족이나 특권층을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중간계급은 사회 전체적으로 많은 숫자는 아니었습니다. 정책과 제도에서 중산층이 사회의 중심으로 떠오른 것은 2차세계대전이 끝나고 ‘복지국가’의 개념이 생기면서입니다. 복지국가에서 사회적 시민은 경제적 독립성을 가지고 그에 근거하여 정치 사회 문화활동에서 일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상태를 뜻합니다. 이게 사람들이 정서적으로 공유하는 중산층이라는 뜻과 대략적으로 일치합니다.

누가 만들었든 앞서 말한 ‘중산층의 기준’에 많은 한국인이 자괴감을 느끼고 성찰의 계기로 삼으려는 조짐은 분명해 보입니다. 누가 봐도 우리나라의 기준은 오직 경제적 독립성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에 부끄러움을 느끼게 됐습니다.

자신의 뜻대로 계획하고 실천할 수 있는 자유를 충분히 누리기 위해서는 정치적 의사 표현이나 문화적 향유, 사회이슈에 참여 그리고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의식을 빼놓고는 진정한 중산층이 아니라는 것에 사람들이 점점 공감하고 있습니다. ^^*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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