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의 스포츠 제전’은 그저 명분일 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올림픽은 스포츠행사를 통해 한 국가의 수준과 역량을 전 세계에 선전하는 기회로 활용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더 큰 게 현실입니다. 그 동안 역대 올림픽이 보여준 이중적인 모습을 보면 그렇습니다.
1924년 파리올림픽은 1차세계대전의 참화에서 회복한 프랑스의 건재를, 1936년 베를린올림픽은 나치 독일이 유럽의 맹주임을 공표하는 무대였습니다. 1964년 도쿄, 1988년 서울, 2008년 베이징도 일본, 한국, 중국의 경제성장을 과시하고 정치적 후진성을 덮으려는 부차적(?) 의도가 더 컸습니다.
올해 파리올림픽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100년만에 파리에서 다시 열린 하계올림픽에서 프랑스는 올림픽을 계기로 자기 나라의 위상을 세계에 과시하겠다는 열정이 대단합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파리올림픽을 통해 세계인은 프랑스의 미식(美食), 문화유산, 과학기술, 그리고 첨단기업들을 보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올림픽을 경험한 이들은 앞으로 다시 프랑스를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한마디로 프랑스를 ‘세일즈’하겠다는 목표를 노골적으로 드러냈습니다.
그런데 다른 나라는 모르겠고 대한민국의 내 주변만 보면 프랑스가 목표한 대로 이루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레거시 미디어들은 올림픽 때마다 그랬던 것처럼 호들갑스럽게 선수들의 투혼과 성과를 보도하지만 사람들의 관심과 기대가 확실히 예전만 못한 것 같습니다(그렇다고 선수들의 최선을 다하는 감동적인 투혼을 폄훼하는 건 절대 아닙니다).
일단 먹고사는 문제를 포함해 당장 내 발등의 불이 더 급하고 의료, 경제 등 민생과 직결된 국내 문제들이 훨씬 더 심각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다음은 과거 스포츠를 통해 국가 위상을 과시하고 스포츠의 성과가 국력을 대변하는 전체주의적 애국심에 더 이상 공감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또 아마추어 스포츠 말고도 훨씬 재미있고 각자의 관심을 끄는 프로스포츠와 스포츠를 대체할 게임이나 문화상품 등 매력적인 ‘대체제’가 많아졌다는 점도 관심을 분산시킨 원인일 것입니다.
거기에 개막식 때 한국을 북한으로 소개한 일이라든지 펜싱 금메달리스트 오상욱의 이름을 잘못 표기한 황당한 실수 같은 것도 한국 국민의 화를 북돋았습니다. 게다가 지난 2020년 도쿄올림픽에 232명이던 참가선수가 이번에는 144명으로 100명 가까이 줄어 1984년 LA올림픽 이후 가장 적은 규모로 참가하는 것도 관심이 멀어진 원인이 됐을 것입니다.
성평등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역사상 가장 친환경적인 대회를 열겠다며 재생에너지 사용, 선수촌 노(No) 에어컨, 채식 위주 식단, 일회용 플라스틱 제한 등 취지는 의욕적이고 좋으나 현실과 거리가 있는 정책들로 이번 올림픽을 통해 프랑스가 의도하는 목표를 달성하는 건 이래저래 어려워 보입니다. 적어도 한국 입장에서만 보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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