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김민혁 기자] 프리랜서 형태로 계약을 맺었으나 실제로는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근무한 경우 ‘근로자성’이 인정될 수 있는지를 두고 법정 공방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헤어디자이너로 일했던 A씨가 약 6년간 근무를 마친 뒤 퇴직금 3천만원과 마지막 달 임금 380여만원을 받지 못해 소송에 나선 사건이 있었다. A씨는 2014년부터 미용실에서 인턴으로 근무했고, 이후 2017년부터는 헤어디자이너로 일했다. 하지만 계약서는 매출액에 따른 일정 비율 수수료를 받는 ‘위촉계약’으로 체결돼 있었고, 4대 보험 가입 없이 봉사료와 매출 수수료로 급여를 받았다.
1심은 A씨가 헤어디자이너로 전환된 시점부터는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라고 보았다. 자체적인 영업 방식을 펼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2심은 원장의 지시와 통제, 정해진 근무시간, 매니저 보고 체계를 비롯하여 수수료율 결정권 등이 모두 원장 측에 있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A씨의 실제 업무 형태는 재량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대법원도 2심 판단을 유지해 “명목상 프리랜서라 해도 실질적으로는 근로자”라고 결론지었다.
또 다른 사건으로는 B씨가 경리직으로 근무하며 퇴직금 미지급 소송을 진행한 사례도 있다. B씨는 2018년 회사에 입사해 회계·인사노무·카드가맹점 가입업무 등을 맡았고, 2023년 3월 퇴사 후 퇴직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사측은 “단순작업만 위탁받았을 뿐 근로자가 아니므로 퇴직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반박했지만, 법원은 매일 오후 12시부터 사무실에서 근무한 점, 대표가 출퇴근 상황을 수시로 확인하고 여러 업무를 지시한 점 등을 들어 근로자성을 인정했다.
사측이 “이미 월급에 퇴직금을 나눠 포함했다”며 역소송까지 냈으나, 법원은 “퇴직금을 사전 포기토록 하는 합의는 무효”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중앙이평의 고용노동부 출신, 노동법 전문 양지웅 변호사는 “외형상으로는 프리랜서 계약을 맺었더라도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 실질적으로 근로자처럼 일해 왔다면 근로자성이 인정될 수 있다”며, “법원은 계약서 형식보다도 실질적으로 임금을 목적으로 한 종속적 관계에 있었는지 여부를 우선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지웅 변호사는 “구체적으로 사용자가 정한 업무를 수행했는지,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았는지, 업무 수행에 대하여 사용자의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았는지, 사용자가 근무장소와 근무시간을 정했는지, 보수가 고정급인지 등의 요소가 모두 종합적으로 판단된다”며 “사소한 부분까지 꼼꼼히 따져봐야 하기에 일률적으로 단정 지을 수 없으므로 사건마다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한편 한 사업장에서 1년 이상, 4주 평균 15시간 이상 근무한 근로자는 누구나 퇴직금을 받을 수 있고, 원칙적으로는 퇴사 후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사업주가 “위임계약이므로 근로자가 아니다”라는 식으로 책임을 부인해 문제가 커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
실제로 업무에 대한 지휘·감독이 존재함에도 ‘프리랜서’라는 이름 아래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넣거나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양 변호사는 “특히 대면지시가 잦지 않은 업종에서도 세부사항을 살펴보면 근로자성이 인정될 수 있으므로 만약 사업주가 임금 지급을 미루거나 퇴직금 자체를 부정한다면 신속히 법률적 조력을 받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안전하다”며, “근로자성 인정 여부에 따라 법정수당은 물론 퇴직금 액수까지 달라질 수 있기에 사전에 자신의 권리를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