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신은 위험하다는 전문가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식지 않던 MBTI 열풍이 주춤하는 것 같습니다. 그 사이에 MZ세대들은 또 다른 유형을 정의하는 테스트에 몰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엔 성격이 아니라 호르몬입니다. 이른바 ‘테토-에겐’이론입니다.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과 여성호르몬(에스토로겐)의 이름을 빌려 사람들의 성향을 구분합니다.
주도적이고 경쟁을 좋아하는가(테토), 섬세하고 조화 지향적인가(에겐)에 따라 사람의 성향을 진단해보는 테스트인데 사회적 틀을 거부해 온 세대가 또 다른 프레임 안에서 정체성을 가공하고 소비하는 모습입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테토형과 에겐형의 상호작용은 고정된 1:1 궁합이 아니라 순환구조로 이루어지는데 각 유형은 자신에게 부족한 성향을 보완해줄 수 있는 상대에게 자연스럽게 끌리는 경향이 있으며 이 연결은 먹이사슬 형태로 고리로 순환된다는 게 핵심입니다.
테토-에겐 이론은 2021년 한 블로거를 통해 처음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웹툰을 통해 대중적으로 확산됐습니다. 최근 구글 키워드 검색량을 보면 테토-에겐 테스트가 MBTI 테스트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신과 타인을 ‘유형화’하려는 시도는 예전부터 있었는데 별자리부터 띠, 그리고 혈액형 같은 전통적인 방식부터 역사가 짧지 않습니다. 그러다 MBTI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확산되면서 퍼스널 컬러, 골격체형, 애착유형 등 ‘나’를 설명할 수 있는 프레임을 찾으려는 시도로 다양화됐습니다.
‘나’ 그리고 나와 관계 맺고 있는 사람들을 정의하려는 욕구는 단순한 자기 이해를 넘어 소비시장을 움직이고 심지어 기업의 채용 같은 데도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퍼스널 컬러 맞춤 화장품, 골격별 스타일링 클래스, 유형별 쇼핑몰 큐레이션 서비스 등이 그 예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유형 찾기 열풍이 사회적 불만과 맞닿아 있다고 설명합니다. 팬데믹 이후 사람들은 더욱 불안해졌고 집단에서 정체성과 소속감을 찾으려는 경향이 커졌습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정의하려는 욕구가 시대적 불안과 맞물려 새로운 유형 찾기 문화를 만들어냈다고 분석합니다. 세상 따라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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