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두드러지는 경향으로 ‘이대남의 극우화’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실제로 지난 대선의 타겟도 ‘극우화’된 젊은 남성들이었습니다. 20대 남성들의 성향이 예전에 없던 특징들을 보이면서 형성된 집단적 태도 때문입니다. 내가 20대 남성들을 가장 많이, 그리고 자주 접하는 곳은 교회입니다. 종교라는 울타리 안 공동체에 한정되다 보니 일반화하긴 어렵지만 ‘이대남 극우화’라는 명제를 듣고 내가 옆에서 지켜본 그들은 이렇습니다.
좀 엉뚱한 얘기지만 내가 다니는 교회 20대 청년들은 축구라면 환장합니다. 그들에게 축구는 하나의 삶이고 축구라는 프리즘을 통해서 세상을 봅니다. 인터넷에서 활발한 축구 커뮤니티에서 이대남의 여론이 만들어진다는 얘기가 우리 교회 이대남을 보면 이해가 됩니다.
축구를 좋아하는 이유는 각자 다르고 그 이유를 해석하는 건 조심스럽지만 그들이 축구에 열광하는 이유를 꼽으라면 그 중 하나는 공정과 연관이 있지 싶습니다. 병역, 취업, 연애와 결혼까지 모든 게 불공정하다고 여기는 그들도 경기장 안에서만큼은 진짜 실력 있는 선수가 인정받는다고 믿습니다.
그들은 PSG의 이강인을 응원하지만 그가 반드시 경기를 뛰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이강인이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건 실력 때문이고 팀 전체의 스타일과 맞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거스 포옛이라는 우루과이 출신 감독이 K리그에서 전북현대모터스를 압도적 1위로 만든 것도 당연하게 여깁니다. 외국인이든 한국인이든 좋은 감독은 좋은 성적을 내는 게 공정하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남자든 여자든, 나이가 많든 적든, 피부가 하얗든 까맣든 실력 있는 사람은 그에 걸맞는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게 그들 생각입니다. 그들은 축구판에 불공정이 끼어드는 걸 용납하지 않습니다. 학연이나 인맥이 작용하는 것도 싫어합니다. 정치를 포함해서 축구에 다른 요소가 끼어 들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이처럼 반듯한 청년들, 특히 그 중심에 있는 20대 남성들은 왜 극우화할까요. 이들은 한국사회를 불공정한 사회로 규정합니다. 악한 것보다 위선을 더 증오하며 이들의 혐오기제는 여성, 사회적 약자, 이주민에게로 향합니다. 그러면서 자신들은 역차별당하고 있다고 억울해 하며 극단적으로 사회가 망하기를 바라는 파괴적 욕망까지 드러냅니다.
우경화한 청년들을 이해하려면 부모세대가 누린 고성장의 혜택을 받지 못한 채 부모보다 가난해질 수 있다는 불안감과 상실감을 이해해야 합니다. 이들은 자신들이 중산층이 못 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큽니다. 취업과 중산층의 세습 과정에서 현실이 자신들을 배반했다고 느끼는 분노와 원한이 이들의 정치적 선택에 크고 깊은 영향을 미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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