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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일본이 부러워

입력 : 2025-10-14 08:29

[신형범의 千글자]...일본이 부러워
어제 경제학상을 끝으로 올해 노벨상 6개 부문의 수상자가 모두 결정됐습니다. 작년 이맘땐 한강 작가가 문학상을 받아 온 나라가 떠들썩했는데 올해는 누가 받든지 별 감흥이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 배 아픈 건 일본은 올해 두 명이나 상을 받았다는 사실입니다.

올해 화학과 생리의학 분야에서 일본은 교토대학교 기타가와 스스무 교수와 오사카대학교 사카구치 시몬 석좌교수 등 두 명의 수상자를 배출했습니다. 문학상 하나 받고도 우리는 작년에 그 요란을 떨었는데 일본은 지금 분위기가 어떨까 생각하니 부럽기 짝이 없습니다.
일본은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나라입니다. 화학 물리학 생리의학 등 과학상만 따지면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에 이어 다섯 번째로 많습니다. 역대 일본인 수상자는 외국 국적 4명을 포함해 개인 30명과 단체(지난해 평화상을 받은 원자폭탄 피해자 모임인 니혼히단쿄) 1곳이 있습니다. 분야별로 보면 물리학 12명, 화학 9명, 생리의학 6명 등 과학분야에서 27명으로 수상자의 90%가 과학 분야입니다. 나머지는 문학 2명, 평화 1명과 단체 1곳입니다.

일본은 1970년대 고도성장기에 기초과학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200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열매를 맺기 시작했습니다. 과학분야 27명 중 19명이 2001년 이후 수상자입니다. 2000~2002년에는 3년 연속 화학상을 받았고 2002년에는 화학상과 물리학상을 동시에 받았습니다. 2008년엔 물리 3명, 화학 1명 등 모두 4명이 수상하는 성과를 일궈냈습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노벨과학상을 받기까지 연구를 시작해 평균 31.4년이 걸린다는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30세 전에 박사학위를 받고 40대에 연구를 완성하고 50대 후반에 해당 분야 최고 권위자로 인정받아 수상하는 게 일반적인 수순이라는 겁니다. 올해 수상한 일본의 두 과학자도 30년 이상 연구에 몰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전략으로 선진국을 추격하는 데 바빴던 우리는 2010년대 들어서야 기초과학에 투자를 시작했습니다. 그마저도 지난해 정부가 R&D 관련 예산을 삭감하는 등 일관성을 잃고 표류 중입니다. 정부의 정책에 따라 과학자들이 산업추세를 판단하고 연구방향을 그에 맞춰 조정하는 등 단기 성과에 급급한 게 우리 현실입니다.

거의 모든 분야에서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 중국도 최근엔 유력한 노벨 과학상 후보들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 과학자의 이름은 몇 년째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습니다. 일본을 따라잡기는커녕 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할 수 있을지조차 장담할 수 없습니다. 나는 잘 모르지만 그쪽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지금의 우리 R&D시스템으로는 수년 내 수상자를 내기 어렵다고 합니다. 일본이 과학분야에서 꾸준히 노벨상을 받는 건 오랜 기간 기초과학 분야에 지원이 누적된 결과라는 겁니다. ^^*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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