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차기 대표이사 최종후보 3인을 대상으로 평판조회와 검증 절차에 들어가면서, 기업 내부의 인사 평가와는 별개로 외부 환경의 압박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번 인사는 단순한 경영진 교체가 아니라, 정치권의 개입 우려와 KT 노조의 반발이 동시에 작용하는 이례적인 상황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KT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이 두 외부 세력이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지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치권은 내부 출신 후보, 특히 박윤영 후보에 대해 연일 부담을 주는 발언을 내놓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KT 내부에 누적된 구조적 병폐와 폐쇄성이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으며, 내부 인사가 CEO로 선임될 경우 혁신 동력이 오히려 약화될 것이라는 논리를 앞세우고 있다.
정치권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KT는 내부 카르텔을 끊지 않는 이상 미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며 “내부 인선은 결국 과거 방식의 반복일 뿐이다”고 강조한다. 이 같은 목소리는 내부 승계가 스스로 개혁의 한계를 증명하는 신호라고 비판한다. 이런 흐름은 박윤영 후보에게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업 내부에서 실무적·전문적 평가가 아무리 긍정적이라 해도, 여당의 정치적 외풍이라는 변수는 결코 가볍지 않다.
반대로 KT 노조는 외부 인사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노조의 우려는 정치권과는 정반대 지점에 서 있다. 단편적으로 보면 주형철 후보에 대한 노조의 경계심으로 해석된다. KT 특유의 망·운영 구조와 복잡한 현장 생태계를 외부 인사가 단기간에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이런 상황에서 외부 CEO를 선임하는 것은 조직 전체의 혼란을 재촉하는 결정이라는 주장이다.
노조는 “외부 인사는 조직 이해도가 부족하고, 의사결정 체계가 다시 흔들릴 것”이라고 못 박는다. 과거 외부 출신 CEO 체제에서 나타났던 조직 충돌, 현장 소통 문제 등을 재발 우려 사례로 제시하며 강하게 반발하는 분위기다.
이처럼 KT 사장 선임을 두고 정치권은 내부 인사를, 노조는 외부 인사를 강하게 견제하는 기이한 대립 구도가 형성됐다.
내부와 외부 어느 한쪽에도 명확한 지지를 보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이 두 갈등 축의 교차점 바깥에 있는 인물이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홍원표 후보의 얘기다.
홍 후보는 정치권의 KT내부 인사 반대라는 점에서 박 후보보다 자유롭다. 다만 주 후보처럼 KT와 전혀 무관한 인물은 아니다. 홍 후보는 KT 전무 출신이지만 장기간 KT를 떠나 삼성과 SK 계열사 대표를 지냈다. 정치권과 노조의 반목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지만 어느 한쪽의 완벽한 지지를 받기 어려운 점도 있다.
현재 KT가 직면한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면, 이번 CEO 선임은 단순한 경영진 교체가 아니라 ‘급변하는 글로벌 산업 전쟁'을 돌파해야 하는 방향을 설정하는 행위다. 정치권은 내부 적폐론을 제기하며 내부 출신을 사실상 불신하고 있고, 노조는 조직 안정성을 이유로 외부 인사를 비토하고 있다. 두 축의 압박 속에서 이사회가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 해법은 무엇일까.
후보들이 각자 속한 조직에서 행한 행보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과를 거둔 경험과 디지털 전환, AI기반 사업구조 개편 등 향후 10년을 좌우할 과제를 안정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인물을 선택해야할 필요가 있다.
KT 사장은 이사회의 단순한 인기투표로 결정될 일이 아니다. 기술 기반의 미래 전략을 수립할 인재를 선택해야 KT의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산업간 융합과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보안 분야에서도 강점을 보일 수 있는 인재가 KT 수장의 적임자라는 것은 이사회는 물론 임직원들도 동의할 것이다. 지금 KT에는 이해관계의 충돌이 아닌, 실적과 전략으로 말할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한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