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김민혁 기자] 대법원이 임대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할 경우, 그 의사의 진정성을 임대인이 직접 입증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주택임대차 분쟁에서 갱신거절의 정당성을 판단할 때 임대인에게 보다 구체적인 입증 책임을 부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상 계약갱신요구권이 도입된 이후 가장 많은 분쟁이 발생하는 영역은 임대인의 실거주 목적 갱신거절이다. 그동안 하급심에서는 실거주 의사가 임대인의 주관적 의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임차인이 그 의사가 허위라는 점을 입증하지 못하면 임대인의 손을 들어주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기존 판례 흐름은 임차인에게 과도한 입증 부담을 지우는 구조였다. 실무에서는 임대인의 주장만으로 갱신거절이 받아들여지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임대인이 본인 및 가족 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하고 건물 인도를 청구하며 발생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특별한 반증이 없는 한 임대인의 의사를 신뢰해야 한다는 취지로 임대인의 손을 들어주었으나, 대법원의 최종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실거주 주장이 단순한 의사 표시를 넘어 객관적 사정에 의해 진정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실거주 의사를 증명이 필요한 ‘사실’로 규정하고 임대인에게 증명 책임을 명확히 지웠다는 점이 이번 판결의 핵심 차별점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실거주 의사의 진정성을 판단하는 지표로 임대인의 주거 상황, 사회적 환경, 실거주 결정 경위, 갱신거절의 필요성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이는 구체적 근거 없는 거절을 제한하여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이 형식화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대법원은 임대인의 입증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환송했다. 향후 실거주 관련 갱신거절 판단 기준이 더욱 엄격해질 것”이라며 “분쟁 발생 시 객관적 증거를 바탕으로 사실관계를 정교하게 준비하는 것이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