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 까뮈는 1957년 노벨상을 받고 곧바로 초등학교 때 담임 루이 제르맹 선생님께 감사 편지부터 썼습니다. 가정 형편 때문에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까뮈를 매일 따로 불러 가르치는가 하면 까뮈의 재능을 발견하고 꽃 피울 수 있도록 마중물이 된 것도 제르맹 선생님이었습니다. ‘스승의날’ 즈음이면 가끔 소환될 만큼 까뮈와 제르맹 선생님의 사제관계는 잘 알려져 있습니다.
‘스승의날’의 뿌리는 1958년 충남의 한 고등학교 청소년적십자 단원들이 세계적십자의 날(5월8일)을 맞아 퇴직한 선생님들을 모시자고 제안한 것이 시초입니다. 이 따뜻한 마음이 전국으로 확산되었고 1965년부터 아예 세종대왕 탄신일인 5월 15일을 ‘스승의날’로 정했습니다.
지난 주 스승의날, 예전 직장 다닐 때 같은 부서에서 5년 정도 함께 일했던 후배가 카톡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가끔 뜬금없이 연락해서 (내 입으로 말하기엔 참으로 민망한데) 여태 살면서 나를 유일한 스승으로 생각한다는 당혹스런 멘트를 하던 친구입니다. 안부 인사와 함께 마음을 담은 선물도 동봉했습니다. 하지만 나는 지금까지 가르침은 많이 받았지만 누구를 제대로 가르친 적 없고 누군가의 스승이 될 자격도 없는 사람입니다.
스승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 생각해 봤습니다. 우선 스승은 무언가를 채워주는 사람이 아니라 거울처럼 비춰주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즉, 가르침을 받는 사람이 스스로 자신을 바라볼 수 있게 도와주는 존재로서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뿐 판단하지도 답을 제시하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좋은 스승은 사람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를 발견하게 만듭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스승 또한 멈추지 않고 배우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배움을 멈추는 순간 자기확신이 완고한 꼰대가 돼버립니다. 자유와 창의성을 잃고 관습의 무게에 짓눌려 정신은 병들고 마음은 피폐해집니다. 한 곳에 머물지 않으며 호기심을 갖고 늘 배울 때 스승이라는 이름을 감당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스승은 제자보다 앞서가는 자가 아니라 더 깊이 살아내는 자여야 합니다.
지식은 넘쳐나지만 지혜는 귀하고, 전문가는 많지만 스승은 드문 시대입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답을 알려주는 권위자가 아니라 자신의 삶으로 어두운 밤길을 비춰주는 사람입니다. 배우는 마음을 잃지 않고 묵묵히 길을 밝히고 있는 이 땅의 많은 스승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그들이 가리키는 손가락 끝에서 사람들은 가야 할 빛을 봅니다. ^^*
[비욘드포스트 이순곤 기자] sglee640@beyond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