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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읽기’를 다시 생각한다

비욘드포스트 이순곤 기자 | 입력 : 2026-05-21 08:05

이혜성의 1%북클럽 / 유튜브 캡처
이혜성의 1%북클럽 / 유튜브 캡처
요즘은 보고 싶은 책이 생겼을 때 선택지를 최소 세 가지 이상 생각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서점이나 온라인에서 책을 사서 읽는 겁니다(오디오북 포함). 둘째, 인공지능(AI)이 요약해 준 책의 내용과 관련 정보를 읽는 방법 그리고 마지막은 소위 ‘북튜버’라고 하는 책 읽어주는 유튜버들이 올린 영상 컨텐츠를 보는 방법입니다.

전통적인 독서는 독자와 종이책이 1대1로 관계를 맺는 방식으로 책을 직접 읽어야 지식에 닿을 수 있었습니다. 독자는 종이책 형태로 만들어진 텍스트를 통해 지식을 습득하고 의미를 되새기며 이를 깊은 사유로 연결시켜 새로운 사상으로 발전시켰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AI를 포함해 다른 사람이 대신 읽고 설명해주는 시대입니다. 책을 펼쳐 문장을 따라가는 대신 책을 먼저 읽은 사람의 목소리를 들으며 내용을 습득합니다. 플랫폼들은 텍스트를 보다 쉽게 풀어낸 음성과 영상 컨텐츠를 실어 나르면서 ‘읽기’를 ‘구술언어’로 바꿔버렸습니다. 특히 AI는 방대한 텍스트를 끊임없이 학습하고 그 결과를 압축해 전달하면서 ‘읽는’ 것과는 또 다른 경험을 제공합니다.

이쯤 되면 지금 시대의 ‘읽기’란 무엇인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이 생겨날 수밖에 없습니다. ‘새로운’ 컨텐츠들은 텍스트가 몇 천 년 동안 누려 온 지위를 빼앗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이들 컨텐츠에 온라인 주소가 부여되면서 컨텐츠는 내뱉는 순간 말처럼 휘발되는 게 아니라 책처럼 두고두고 보관하고 검색하고 반복할 수 있는 존재가 됐습니다. 읽기의 대상을 더 이상 텍스트로만 한정할 필요가 없어진 셈이지요.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팟캐스트 속 ‘읽어주는 사람’들에게 ‘읽기’를 위임하게 돼버렸습니다. ‘읽어주는 사람’은 독자가 직접 책을 고르고 읽어서 방대한 텍스트 가운데 중요한 대목을 추리고 맥락을 다듬어서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바꾸는 것을 대신 해주고 있습니다. AI는 더합니다. 영상 속 발언을 문자 텍스트로 바꿔주는가 하면 비슷한 맥락을 찾아 연관된 책이나 논문, 칼럼 등을 소개해주고 이들을 편집해 새로운 아티클로 재생산해줍니다.
종이책의 쇠퇴를 한탄하는 게 아닙니다. 책 읽는 독자가 줄어든 게 아니라 읽는 방식이 달라졌다고 보는 게 옳을지도 모릅니다. 피곤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또 눈과 머리를 써야 하는 독서라는 지난한 행위를 유튜브나 팟캐스트에 ‘위임’함으로써 손쉽게 전문가의 요약과 설명을 ‘보고’ ‘들음’으로써 새로운 방식으로 독서를 체험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한 가지 우려되는 건 ‘읽기’가 하나의 전문화된 행위로 밀려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읽고 쓰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고 읽거나 쓰는 것은 ‘텍스트노동자’ 계급에 의해 값싼 노동행위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독서가 모든 사람의 일상적인 행위가 아니라 특정 직업군과 전문가 집단의 기능으로만 남을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

[비욘드포스트 이순곤 기자]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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