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비욘드포스트 송인호 기자 인천시민이 몽골의 황사와 사막화를 줄이기 위해 시작한 나무심기 운동이 19년만에 세계가 주목하는 도시 간 환경협력 모델로 성장했다.
시는 11일 올해 몽골에서 열리는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 제17차 당사국총회에서 ‘인천 희망의 숲’ 조성사업의 성과를 국제사회와 공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UNCCD는 사막화와 토지 황폐화, 가뭄 문제에 대응하는 유엔의 대표적인 국제환경협약이다.
시는 이번 총회에서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로 출발한 나무심기 운동이 지방정부 간 장기 협력사업으로 발전한 과정과 조림 성과, 현지 주민·미래세대가 함께하는 지속가능한 운영방식을 소개한다.
기념쵤영 모습. /인천시
◇시민 모금으로 시작된 19년간의 ‘녹색 연대’
인천 희망의 숲은 2008년 인천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시작됐다.
당시 인천원탁회의와 YMCA 등 시민사회는 몽골의 사막화와 인천으로 유입되는 황사를 줄이기 위해 3억3500만원을 모금했으며 이런 시민들의 정성은 2010년까지 몽골 바양노르와 성긴 지역에 5만2000그루의 나무를 심는 결실로 이어졌다.
시민 주도의 나무심기 운동은 이후 시와 시민사회가 함께하는 민관 협력사업으로 확대됐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추진한 1단계 사업에서는 몽골 다신칠링솜 일원 45㏊에 6천300그루를 식재했다.
시는 2018년 울란바타르시 자연환경청과 협약을 체결하고 성긴하이르한구 일원에 2027년까지 100㏊ 규모의 숲을 조성하는 2단계 사업에 착수했다.
현재까지 인천 희망의 숲을 통해 조성된 숲은 총 157㏊이며 식재된 나무는 25만 그루를 넘어섰다.
축구장 약 220개에 해당하는 규모로 시민의 작은 나무심기 운동이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는 장기 국제환경협력사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인천시
◇척박한 땅을 숲으로…현지 자립 기반 구축
시는 단순히 나무를 심는 데 그치지 않고 현지에서 숲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데 중점을 뒀다.
사업 초기 조림지는 쓰레기가 버려지고 나무가 자라기 어려운 척박한 땅이었으나 시는 현지 자연환경과 토양, 물 공급 여건 등을 조사한 뒤 구주적송과 잣나무, 낙엽송, 비술나무 등 몽골 환경에 적합한 수종을 선정했다.
울란바타르시로부터 15년간 토지사용권을 확보하고 양묘장과 온실, 관정, 관리사무소, 농수관 등 조림 기반시설도 구축했다. 이를 통해 묘목을 현지에서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식재 이후에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가축의 무분별한 방목으로 나무가 훼손되지 않도록 울타리를 설치하고 현지 기후와 생육 여건에 맞춘 관수·관리도 병행했으며 그 결과 조림지 내 수목 생존율은 약 78%를 유지하고 있다.
시는 올해 성긴하이르한구 조림지 10㏊에 잣나무 약 6천 그루를 심고, 2027년에는 10㏊에 8천500그루를 추가로 식재해 2단계 사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황사 대응 넘어 탄소중립·환경교육으로 확장
몽골은 동북아시아 황사의 주요 발원지 가운데 하나다. 사막화와 토지 황폐화가 심화하면 모래바람과 황사의 영향은 국경을 넘어 우리나라 대기환경에도 미친다.
특히 서해안에 위치한 인천은 황사와 미세먼지 등 월경성 대기오염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먼저 받는 지역으로 몽골의 황폐한 토지를 복원하는 사업은 황사 발생을 줄이고 탄소흡수원을 확대해 인천과 동북아시아의 환경을 함께 지키는 선제적인 기후대응 투자라는 게 시의 설명이다.
시는 희망의 숲을 ‘2045 인천형 탄소중립 전략’의 탄소흡수원 확대 과제이자 온실가스 감축 인지예산 사업으로 관리하고 있다.
인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까지 조성된 숲은 약 1천620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것으로 추산된다. 내연기관 승용차 약 350대가 1년 동안 배출하는 탄소를 상쇄하는 규모다.
이 사업은 국무조정실 국제개발협력 종합시행계획에 포함된 인천시의 대표적인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이기도 하다. 환경복원과 탄소중립, 국제개발협력, 도시외교를 하나의 사업으로 실현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양국 시민과 청소년이 참여하는 환경교육의 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지난 19년간 숲 조성에 참여한 인원은 총 797명이다. 올해도 인천 시민·학생과 몽골 학생 등 100여 명이 함께 나무를 심으며 사막화와 기후위기 대응의 필요성을 공유했다.
/인천시
◇UNCCD서 성과 공유…3단계 협력사업 검토
인천 희망의 숲은 유엔환경계획(UNEP)의 미세먼지 국제평가 우수사례로 소개된 데 이어 2025년에는 지속가능한 도시발전 사례로 국제사회에 알려졌다.
시는 올해 UNCCD 당사국총회에서 19년간 축적한 조림 경험과 성과를 비롯해 시민 참여, 현지 지방정부와의 역할 분담, 양묘장·관정 등 자립 기반 구축, 청소년 환경교육을 결합한 사업 운영방식을 중점적으로 알릴 계획이다.
2단계 사업 종료를 앞두고 조림 성과와 운영 실태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3단계 사업 추진 여부도 검토한다. 몽골 측이 추가 조림 부지를 제안한 만큼 조림지의 지속가능한 관리와 현지 자립성, 탄소흡수 효과 등을 면밀히 살펴 향후 협력 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다.
윤은주 시 환경안전과장은 “인천 희망의 숲은 시민이 심은 한 그루의 나무가 도시의 정책이 되고, 두 나라가 함께하는 국제환경협력으로 성장한 뜻깊은 사업”이라며 “19년간 축적한 경험과 성과를 UNCCD 당사국총회에서 세계와 공유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도시 간 협력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천은 앞으로도 녹색기후기금(GCF) 본부도시이자 글로벌 환경도시로서 시민과 국제사회가 함께 만드는 실질적인 기후행동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