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김신 기자] 배우자가 도박으로 빚을 지고도 이를 숨긴 채 다시 대출을 받았다면 혼인관계를 계속 유지해야 할까. 처음에는 생활비 부족이나 일시적인 경제적 어려움으로 여겼지만, 반복적인 채무 발생과 거짓말로 가계가 흔들리면서 이혼을 고민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배우자의 빚을 대신 갚아온 당사자라면 이혼 가능성뿐 아니라 남은 채무와 재산분할 문제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
민법은 배우자의 부정행위나 악의의 유기 외에도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재판상 이혼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도박이나 채무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이혼 사유가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채무가 발생한 경위와 규모, 반복성, 가족의 경제생활에 미친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혼인관계가 회복하기 어려운 상태에 이르렀는지가 쟁점이다.
예컨대 배우자가 도박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카드론이나 사채를 반복적으로 이용하고, 공동생활에 필요한 자금까지 임의로 사용했다면 단순한 금전 갈등과는 다른 평가가 가능하다. 반면 사업 실패나 실직으로 발생한 채무는 발생 원인과 이후의 해결 노력 등을 구분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 경제적 손실 자체보다 그 과정에서 부부 사이의 신뢰가 어떻게 훼손됐는지가 중요하다.
실제 분쟁에서는 도박 사실을 언제 알았고 이후 어떤 일이 반복됐는지를 입증하는 문제가 뒤따른다. 금융거래내역, 대출계약서, 카드 사용내역, 도박 관련 송금 기록, 채무 변제를 약속한 메신저 대화 등이 주요 자료가 될 수 있다. 배우자가 도박을 중단하겠다고 약속한 뒤 다시 채무를 발생시켰다면 약속과 재발 경위를 시간순으로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혼소송을 준비할 때도 채무의 법적 성격을 구별해야 한다. 부부 중 한 사람의 명의로 발생한 빚이라고 해서 상대방에게 언제나 변제 의무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일상가사에 관한 채무인지, 공동으로 부담하기로 했는지, 보증이나 공동차입이 있었는지에 따라 대외적인 책임이 달라질 수 있다. 도박을 위한 개인 채무와 가족생활을 위한 채무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
재산분할에서도 채무가 누구 명의인지뿐 아니라 공동재산 형성·유지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검토한다. 도박으로 발생한 개인적인 빚을 무조건 부부 공동채무로 취급할 수는 없지만, 이미 공동재산이 처분되거나 대출금 상환에 사용됐다면 그 경위가 분할 대상과 기여도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재산분할과 위자료는 판단 목적이 다르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도박과 채무가 실제 양육환경에 미친 영향도 별도로 살펴야 한다. 생활비나 교육비가 반복적으로 부족해졌는지, 자녀의 주거와 돌봄이 불안정해졌는지 등이 관련 자료가 될 수 있다. 다만 경제적 문제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양육권이 자동으로 제한되는 것은 아니며, 자녀의 복리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양육 여건을 판단한다.
배우자의 도박이나 채무가 재판상 이혼 사유에 해당하는지는 손실 금액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반복적인 채무 발생과 은폐, 가족생활에 미친 영향, 관계 회복을 위한 노력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 특히 채무의 사용처와 변제 경위를 구분해 객관적인 금융자료로 입증할 필요가 있다.
결국 반복적인 도박과 채무 문제는 이혼 성립 여부뿐 아니라 위자료, 재산분할, 양육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관련 분쟁을 검토한다면 채무 발생 시점과 자금 사용처, 공동재산의 변동, 배우자와의 대화 기록을 먼저 정리해야 한다. 감정적인 갈등과 법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사실을 구분하고, 자신의 상황에 맞는 대응 방향과 권리 보호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