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박찬성 기자] 피상속인 사망 이후 공동상속인 간 재산 분쟁이 발생했을 때, 상속재산분할심판과 유류분반환청구소송 가운데 어떤 절차를 택해야 하는지 판단하지 못해 대응 시기를 놓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두 절차는 당사자 구성이 같고 명칭도 유사하지만 대상 재산, 관할 법원, 절차의 법적 성격이 모두 다르다. 법조계에서는 사건 초기 단계에서 쟁점을 정확히 구분하지 못할 경우 권리 구제가 지연되거나 아예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대상 재산과 관할에서 갈리는 두 절차
상속재산분할은 상속개시 당시 피상속인 명의로 남아 있는 재산을 공동상속인 사이에 구체적으로 귀속시키는 절차다. 반면 유류분반환청구는 피상속인이 생전 증여나 유증으로 처분한 재산 가운데 법이 상속인에게 보장하는 최소한의 몫을 회복하기 위한 제도다.
관할도 다르다. 상속재산분할은 가사소송법상 마류 가사비송사건으로 가정법원의 전속관할에 속한다. 유류분반환청구는 일반 민사소송으로 지방법원에 제기해야 한다. 잔존 재산의 배분이 쟁점인지, 이미 이전된 재산의 회복이 쟁점인지에 따라 절차의 출발점이 달라지는 셈이다. 두 절차는 상호 대체가 불가능하므로 잔존 재산과 생전 증여가 함께 문제되는 사건에서는 병행 검토가 필요하며, 이때 단기시효가 적용되는 유류분 청구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
절차 오인으로 1년 가까이 지연된 사례
실제 분쟁 양상을 보면 절차 선택의 중요성이 드러난다. 피상속인이 생전에 장녀에게 토지를 증여했고, 사망 당시에는 아파트와 예금이 남아 있던 사안에서 차녀 B씨는 장녀가 이미 증여를 받은 만큼 잔존 재산은 자신이 더 취득해야 한다며 지방법원에 소를 제기했다. 그러나 잔존 재산의 배분은 가정법원의 상속재산분할심판 사항이어서 해당 소송은 본안 판단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B씨는 이후 가정법원에 상속재산분할심판을 청구해 장녀의 특별수익을 반영한 구체적 상속분을 확정받았고, 그럼에도 유류분에 미달하는 부분은 지방법원에 별도의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해 회복했다. 처음부터 두 절차를 구분해 병행했다면 1년 가까운 기간을 단축할 수 있었던 사안이다. B씨는 첫 소 제기 전에 장녀에게 내용증명으로 유류분 반환 의사를 표시해 둔 덕분에 시효 문제는 피할 수 있었다.
특별수익 반영된 구체적 상속분, 유류분 산정의 기초로
민법 제1013조는 공동상속인이 협의로 상속재산을 분할하되, 협의가 성립하지 않으면 가정법원에 분할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상속재산분할 절차에서는 민법 제1008조에 따라 생전 증여나 유증을 받은 상속인의 특별수익을 고려해 각 상속인의 구체적 상속분을 산정한다. 잔존 재산이 충분하다면 증여를 받지 못한 상속인이 잔존 재산에서 더 많이 취득하는 방식으로 상속인 간 형평이 조정된다.
반면 잔존 재산이 적거나 없어 구체적 상속분만으로 유류분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에는 민법 제1115조에 따라 수증자나 수유자를 상대로 부족분의 반환을 청구해야 한다. 유류분 부족액은 유류분액에서 유류분권리자의 특별수익액과 순상속분액을 공제하는 방식으로 산정되는데, 상속재산분할에서 정해지는 상속분이 이 계산의 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두 절차는 법리적으로 연결돼 있다.
절차 선택의 세 가지 기준
실무상 절차 선택은 잔존 재산의 규모, 시효, 증거 확보 가능성을 중심으로 판단한다.
먼저 잔존 재산의 규모다. 상속개시 당시 재산이 상당 부분 남아 있다면 상속재산분할심판에서 특별수익을 반영하는 것만으로 분쟁이 정리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재산 대부분이 생전 증여로 이전됐다면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이 분쟁 해결의 중심이 된다.
다음은 시효다. 민법 제1117조에 따르면 유류분반환청구권은 유류분권리자가 상속의 개시와 반환해야 할 증여 또는 유증이 있었다는 사실을 안 때부터 1년, 상속이 개시된 때부터 10년이 지나면 시효로 소멸한다. 상속재산분할청구에는 이 같은 기간 제한이 없어, 분할 협의가 장기화되는 사이 유류분 시효가 완성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유류분 침해가 예상된다면 분할 협의와 별도로 내용증명 등을 통해 반환청구 의사를 명확히 표시해 둘 필요가 있다.
마지막은 증거다. 두 절차 모두 생전 증여 내역이 핵심 쟁점이 되는 만큼 부동산 등기사항증명서, 금융거래 내역, 보험계약 내역 등을 확보해 두면 어느 절차에서든 활용할 수 있다. 피상속인의 금융재산은 상속인이 금융감독원 상속인 금융거래조회서비스 등을 통해 직접 확인할 수 있으므로, 소 제기 전 단계에서 미리 파악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분쟁의 출발점은 잔존 재산의 확인"
상속 분쟁에서는 누가 얼마를 더 받았는지에 관심이 쏠리기 쉽지만, 절차의 방향을 정하려면 상속개시 당시 남아 있는 재산의 범위부터 확정해야 한다. 잔존 재산이 있다면 가정법원의 상속재산분할심판으로, 생전 증여로 재산이 이전됐다면 지방법원의 유류분반환청구소송으로 대응하는 것이 기본 구조이다.
실무에서는 잔존 재산과 생전 증여가 혼재된 사건이 대부분이며, 상속재산분할에는 기간 제한이 없지만 유류분반환청구권은 1년의 단기시효가 적용되는 만큼, 분할 협의가 진행 중이더라도 반환청구 의사를 먼저 표시하고 두 절차를 병행 설계해야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