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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AI가 쓴 시가 더 좋아

2024-12-24 08:50:56

[신형범의 千글자]...AI가 쓴 시가 더 좋아
대학원 마지막 학기여서 졸업시험 보고 과제 제출하느라 요즘 정신 없이 바쁜 딸아이는 논문 쓰는 데 도움이 된다며 얼마 전부터 Chat GPT 유료버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AI가 그럴듯한 보고서는 물론 그림을 그려주고 동영상에 작곡까지 하는 마당에 논문 작성쯤이야 차라리 쉬운 일일 것입니다.

얼마 전 미국 피츠버그 대학교 연구팀은 월트 휘트먼, 제프리 초서, T.S 엘리엇, 윌리엄 셰익스피어 같은 유명 시인 10명의 시와 이들의 문체를 AI에게 학습시켰습니다. 그리고 나서 AI가 쓴 시를 일반인에게 보여주고 작가가 사람인지 AI인지 구분하는 실험을 했습니다.

실험 참가자들은 AI가 쓴 시를 인간이 썼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았고 심지어 AI의 작품에 더 높은 점수를 줬습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점수를 더 높게 준 AI가 쓴 시는 어떤 특징이 있었을까요. 연구자들은 AI의 시가 좀 더 직설적이고 이해하기 쉽다고 분석합니다.

물론 참가자들이 시를 잘 아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심오하고 복잡한 다층적 구조의 시를 그저 AI가 만들어낸 문학적 수사로 인식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반면 AI가 쓴 시는 심상과 감정, 주제를 모호함 없이 명확하게 전달하기 때문에 평범한 독자들이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으로 연구자들은 설명합니다. 대중적으로 크게 히트한 시와 시인들을 생각해 보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일반 대중이 원하는 건 쉽게 공감할 수 있거나 자기가 느끼는 감정을 대신하는 시이지 교과서에 실리고 오래 남을 위대한 문학작품이 아니라는 겁니다. 특히 사람들은 인간이 창작한 시의 복잡성을 AI가 만들어낸 ‘일관성 없음’으로 착각하고, AI가 얼마나 인간과 유사해 보일 수 있는지에 대해 과소평가한 측면도 있습니다.

결과를 종합하면 생성형 AI의 능력이 시를 창작하는 데 있어서도 이미 사람들의 기대를 넘어섰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는 우리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질문을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예컨대 사람이 AI보다 잘하는 일이나 AI는 못하는데 사람은 할 수 있는 일 같은 게 아니라 그냥 사람이 응당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일까, 같은. 또 AI 도움 없이 사람이 할 수 있는데도 인간이 더 이상 하지 않게 된 일, 특출나지 않은 그저 평범한 사람이 할 수 있고 꼭 해야만 하는 일도 해당하겠지요. 어쩌면 우리는 지금 인간이 정말 해야 하는 일들을 하지 않게 된 것 아닐까요. ^^*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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