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한장희 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26일 헌법재판소 재판관 3명에 대한 임명동의안과 관련해 여야의 합의안이 올때까지 재판관 임명을 보류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국회에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헌법재판관 3명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처리하는 것과 관련해 “여야가 합의해 안을 제출할 때까지 재판관 임명을 보류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민주당이 “27일 오전까지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으면 탄핵하겠다”며 압박하고 있지만, 한 대행이 압박에 굴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오후 1시 30분경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이같이 말하며 “여야 합의로 안을 제출하면 즉시 재판관을 임명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사태의 조속한 수습과 안정된 국정 운영을 위해 시급히 해결돼야 할 중대한 사안 중 하나가 헌재 재판관 충원”이라며 “하지만 이 문제는 안타깝게도 쉽게 답을 정할 수 없다는 것이 저의 고민이고, 제대로 답을 찾는 것이 반드시 오랜 시간을 요하는 일이라고도 생각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 권한대행이 민주당의 압박에도 이 같은 입장을 낸 것은 대통령 권한대행이 권한 행사를 최소한으로 자제해야 한다는 헌법의 정신을 재판관 임명을 할 수 없는 것이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 범위는 헌법에 명시돼있지는 않지만,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에 비해 민주적 정당성이 떨어지는 만큼 권한 행사를 최소한으로 자제해야 한다는 헌법학계 다수설을 거론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 권한대행은 “무엇보다 무겁게 느끼는 건 권한대행이 여야의 정치적 합의 없는 정치적 결단을 내리는 것이 과연 우리 헌정 질서에 부합하는가 하는 것”이라며 “불가피하게 이런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면 국민의 대표인 국회에서 여야 합의가 먼저 이뤄지는 것이 헌정사에서 단 한번도 깨진 적 없는 관례”라고 강조했다.
민주적 정당성을 가진 국회가 여야 합의로 재판관을 추천하고, 권한대행이 형식적 재가 수준의 임명권을 행사하는 것이 우리 헌법의 취지에 맞다는 게 한 권한대행의 논거다.
또 한 권한대행은 역대 여야의 합의 없이 임명된 헌재 재판관이 한 명도 없다는 점도 거론했다.
실제로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2000년 이후로 국회는 총 6차례에 걸쳐 12명의 헌재 재판관을 추천했는데, 여야 일방의 참여로 청문회를 진행한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2000년엔 민주당과 자민련이 “본회의를 연기해달라”는 한나라당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단독으로 ‘여야 합의’ 몫인 김효종 재판관과 ‘한나라당’ 추천 권성 재판관 임명동의안을 처리했지만 당시에도 여야는 후보 추천 및 청문회 과정에는 함께 했다.
한 권한대행은 정치권의 유불리에 따라 입장이 180도 바뀌는 작금의 현실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한 권한대행은 “재판관 충원에 대해서 여야는 불과 한달 전까지 지금과 다른 입장을 취했고 이 순간에도 정 반대로 대립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야당은 여야 합의 없이 헌법 기관 임명이라는 대통령 고유권한을 행사하라고 권한대행을 압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런 상황이 계속되다가는 권한대행은 대통령의 고유권한 행사를 자제하고 안정된 국정운영에만 전념하라는 우리 헌정질서의 또 다른 기본 원칙마저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권한대행은 또 자신을 향한 야당의 탄핵소추 움직임에 대해서도 “개인의 거취나 영욕은 하등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우원식 국회의장,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지명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거론하며 “다음 세대 한국인을 위해 앞선 세대 정치인들을 뛰어넘는 슬기와 용기를 보여주시길 권한대행 국무총리로서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