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이성구 전문위원] 한화그룹의 핵심 방산 계열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3조 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전격 발표한 영향으로 한화그룹주들이 일제히 급락했다.
한화에오로스페이스 유상증자 내용. 자료=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20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장 마감 후 기습적으로 국내 증시 역사상 최대 규모인 3조 6000억원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회사는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해외 지상 방산, 조선해양, 해양 방산 거점을 확보하고 글로벌 방산, 조선해양, 우주항공 분야에 1조 6000억원을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또 미국에는 8000억원, 국내 사업장에는 9000억원을 투자해 글로벌 R&D 허브 및 마더 팩토리 기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투자 방향성은 긍정적 평가를 받았지만, 자금 조달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택한 것에 대한 시장 반응이 냉담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국내 최대 규모의 유상증자를 전격 단행한 영향으로 한화그룹주들이 일제히 하락했다. 자료=NAVER
그 영향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전 거래일 대비 13.02% 급락한 것을 비롯해 한화(-12.53%) 한화시스템(-6.19%) 한화오션(-2.27%) 등도 동반 하락했다. 풍산(-3.17%), 한국항공우주(-1.40%) 등 다른 방산주 역시 약세를 보였다.
증권가에선 투자 방향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NH투자증권은 "유럽·중동·미국 등 시장 확대를 위해 현지 생산 거점 구축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타당한 판단"이라고 분석했다.
iM증권도 "현지화와 M&A는 방위산업 성장을 위해 꼭 가야 할 길"이라며 "이번 투자의 목표가 명확하며 해외 수주 확대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KB증권도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현지 생산이나 현지 부품 사용 정책을 강화하고 있어 국외 공장 건립과 지분 투자를 통한 전략적 제휴가 불가피해졌다"고 진단했다.
삼성증권은 "회사의 손익과 현금흐름이 최근 급격히 개선되고 있었음을 고려할 때 이번 증자를 예상한 투자자는 많지 않았을 것"이라며 "투자 심리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피노나치자산매니지먼트의 연정인 CEO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보다 공격적인 확장 전략을 통해 방위산업의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 유상증자가 반드시 필요했다는 입장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별도 순차입 규모 추이. 자료=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삼성증권
손재일 대표는 "전략적 투자를 통해 2030년 매출 70조원, 영업 이익 10조원을 달성하겠다"며 "끊임없는 성장이 지속적인 기업 가치 상승으로 이어진 것처럼 이번 투자를 통해 한 단계 더 퀀텀 점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장 주가에 끼칠 부정적 영향을 불가피해보인다. 투자자들 신뢰를 회복하는 데도 상당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삼성증권, 다올투자증권, DS투자증권은 이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대한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