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대학팀 김선영 기자] 중앙대학교 약학대학 박현호 교수 연구팀이 유전자 가위 기능을 저해하는 항-크리스퍼 단백질의 새로운 작용 원리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이번 연구에는 석사과정 김도연 연구원, 박사과정 이소연 연구원, 박사후연구원 하현지 연구원이 함께 참여했으며, 항-크리스퍼 단백질 ‘AcrIE7’이 CRISPR-Cas 시스템을 어떤 방식으로 무력화하는지 분자 수준에서 그 과정을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PNAS에 ‘AcrIE7은 R-loop 단일 DNA 가닥에 직접 결합하여 크리스퍼-카스 시스템을 저해한다’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박테리아의 CRISPR-Cas 시스템은 감염된 바이러스 정보를 기억하고 이를 토대로 유사한 바이러스가 재침입할 경우 제거하는 획득면역 체계로, 유전자 편집 기술의 근간이 된다. 이에 맞서 바이러스는 이 시스템을 회피하기 위해 항-크리스퍼 단백질을 진화시켜 왔으며, 지금까지 100종 이상의 유사 단백질이 확인된 바 있다.
박 교수팀은 AcrIE7 단백질의 삼차원 구조와 이를 표적으로 하는 CRISPR-Cas 복합체의 구조를 분석해 AcrIE7이 유전자 가위 작동 과정에서 생성되는 R-loop의 단일 가닥 DNA에 직접 결합함으로써 DNA 절단 효소의 작동을 방해한다는 점을 규명했다. 이는 기존에 보고된 항-크리스퍼 단백질들의 작용 방식과 전혀 다른 기전으로, 새로운 분자 전략으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성과는 CRISPR-Cas 기술의 정밀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되며, 예기치 않은 DNA 절단이나 효율 저하와 같은 기존 유전자 편집 기술의 한계를 극복할 가능성도 함께 제시됐다.
해당 연구는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BK21 FOUR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박현호 교수는 “AcrIE7의 작용 기전을 통해 유전자 편집 기술을 보다 안전하고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향후 정밀의료 분야에서 실용화될 수 있는 기반 연구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