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일을 처음 시작한 도배사 배윤슬씨는 얼마 전에 사장이 됐습니다. 정확히는 자기 이름으로 사업자 등록을 한 것입니다. 도배사 중에는 수십 년 경력이 있어도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거나 일을 시작하면서 바로 사업자 등록부터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전문 기술직인 도배사는 사업자 등록이 목적이거나 거쳐야 하는 단계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연세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한 배씨는 노인복지관에서 2년 정도 일하다가 적성과 진로를 놓고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퇴사를 결심하고 도배사가 되기 위해 학원을 다니고 현장을 따라다니며 일을 익히고 팀장을 거쳐 5년만에 도배업체 사장이 된 것입니다.
수도권의 인테리어 도배업체에서 일하는 다른 A씨는 2021년 제대 후 다니던 전문대를 자퇴하고 도배를 배웠습니다. 4년차인 A씨의 하루 일당은 평균 27만원. 한 달에 25일 일하고 650~700만원 정도 법니다. 중소기업 직장인 평균 298만원의 두 배가 넘습니다.
자격증 없이 2022년부터 현장에서 일을 배워 현재 타일 붙이는 일을 하는 B씨은 일당 20여만원을 받습니다. 전에 어린이 체육강사로 일할 때보다 수익이 3배 정도 됩니다. 현장에서 혼나기도 하고 숙련된 타일공으로 성장하려면 아직 시간이 더 걸리겠지만 이 일자리는 없어지지 않을 것이고 미래가 뚜렷하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육체노동, 이른바 ‘막노동’에 대한 시각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한때 ‘3D업종’으로 불리며 기피하는 분위기였는데 최근에는 AI가 대체할 수 없는 고수익 기술직으로 재조명 받고 있습니다. 특히 자격증을 따지 않고도 도제식으로 기술을 익히고 현장에 투입돼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에서 직업의 새로운 선택지로 떠올랐습니다.
주변의 인식도 바뀌고 있습니다. MZ세대 16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5%가 ‘블루칼라’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답했습니다. 긍정적으로 평가한 이유는 수입이 많아서(67%)가 가장 많았고 해고 위험이 낮아서(13%)와 야근, 승진 등 스트레스가 적어서(10%)가 뒤를 이었습니다.
AI(인공지능)의 발달도 이 같은 분위기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AI가 화이트칼라의 직무를 대체할 위험이 블루칼라보다 훨씬 높기 때문입니다. 요즘 블루칼라는 과거 ‘막노동’ 개념이 아니라 고소득을 보장하면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직업이라며 일자리가 부족한 사무직보다 차라리 숙련기술자가 되겠다는 꿈을 갖는 청년들이 늘고 있습니다.
건설현장 일용직 아르바이트 같은 블루칼라 경력을 쌓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건설현장에서 한두 달씩 건축자재 나르기, 안전난간 설치, 행인 접근통제 같은 업무를 하고 일당 15만원을 받습니다. 중장년층이 대부분이던 지게차운전도 지금은 20~30대가 거의 절반입니다. 카페, 음식점 같은 서비스직처럼 손님을 상대하면서 겪는 감정노동이 없다는 게 장점입니다. 기술의 발전과 시대의 변화에 따라 직업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바뀌는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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