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김민혁 기자] 양육권 분쟁은 단순히 부모 중 누가 더 자녀를 원하느냐의 싸움이 아니다. 실제로 법원은 어떤 부모가 자녀의 복리에 더 적합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한다. 최근 서울가정법원은 양육의 기준으로 부모의 의지보다 '현실적인 환경과 일상적인 돌봄의 안정성'을 더 중시한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했다.
양육권을 결정할 때 법원이 고려하는 요소는 다양하다. 어느 부모가 자녀와 더 깊은 유대 관계를 형성해왔는지, 이혼 전후로 자녀의 일상적인 양육을 주도한 사람이 누구인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등하원 관리, 병원 동행, 생활 리듬의 조율 등 일상 돌봄에 대한 실제 증거들이 바로 그 역할을 한다.
또한 자녀가 머무는 주거지가 안정적인지, 가까운 거리에 학교나 병원 등 필수 생활 기반이 갖춰져 있는지도 평가 요소에 해당한다. 단순히 집이 있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자녀가 심리적·신체적으로 안정된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는지가 핵심이다.
자녀가 만 14세 이상일 경우, 법원은 반드시 자녀의 진술을 청취하며, 정서적 안정감과 생활환경의 영향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양육자를 지정한다. 뿐만 아니라 부모의 건강 상태나 양육 의지 또한 종합적으로 검토되는 요소다.
특히 최근에는 ‘디지털 양육 환경’에 대한 증거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영상통화나 메시지, 사진 기록, 육아일지 등은 자녀와 얼마나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왔는지를 보여주는 결정적 자료가 된다. 일상 속의 작지만 반복적인 기록이 법정에선 객관적인 증거가 된다.
법무법인 성지파트너스 김한수 대표변호사는 “양육권 분쟁은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더 치밀하게 기록하고 구조화했는지가 중요하다”며, “그동안의 돌봄 상황과 앞으로의 계획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제출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상대방이 양육비 지급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는 법원의 이행명령을 신청할 수 있으며, 이후에도 30일 이내에 지급하지 않으면 감치 명령이 가능하다. 이는 자녀에 대한 책임 회피로 간주되어 향후 양육권 판단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결국 양육권 분쟁은 ‘누가 더 잘 키울 수 있느냐’의 경쟁이 아니라, ‘지금까지 누가 어떻게 함께 살아왔느냐’를 보여주는 과정이다. 자녀의 오늘과 내일을 기록하는 것이 곧 부모의 권리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