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유병철 기자] 배우 정은채가 ‘아너 : 그녀들의 법정’을 통해 믿고 보는 배우로 우뚝 섰다.
정은채는 지난 10일 종영한 ENA 월화드라마 ‘아너 : 그녀들의 법정’(이하 아너)에서 강신재 역을 맡아 탄탄한 연기력과 탁월한 캐릭터 해석력, 배우들과의 앙상블까지 두루 보여주며 진가를 입증했다.
동명 스웨덴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아너’는 20년 지기 친구인 여성 변호사 3인방이 성착취 앱 ‘커넥트인’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펼쳐지는 투쟁과 회복의 여정을 밀도 있게 그려낸 작품이다.
“시나리오를 제의받고 오래 고민했어요. 가장 고민을 길게 한 작품이었어요. 단순한 재미를 떠나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어요. 도망 다닐수록 오히려 작품과 가까워지는 게 느껴졌어요. ‘해야만 하는 운명이구나’ 싶었어요.”
극 중 정은채가 연기한 강신재는 여성 대상 범죄 피해자 전문 로펌 L&J의 대표이자 법조인 집안의 후계자로, 정의와 현실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하며 선택을 이어가는 캐릭터. 강신재는 감성에 호소하기보다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철두철미하게 상황을 지휘하는 인물이다.
“강신재는 로펌의 대표이자, 꾸려나가야 하는 대장 같은 캐릭터잖아요. 감정적이거나 감정에 호소하기보다 이성적이고 철두철미해야 해요. 중심을 잘 잡아야 했고, 의뢰인들에 대한, 이후의 삶에 대한 것에 대해서도 직업에 대한 윤리 의식도 있을 것 같아요. 그 두 가지가 끝까지 공존했던 것 같아요.”
정은채는 이러한 강신재의 서사와 매력을 놓치지 않기 위해 인물이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의 선택에 이르게 되었는지, 그 내면에 어떤 감정과 결심이 자리하고 있는지를 깊이 고민하며 캐릭터를 구축해 나갔다.
“초반 강신재와 후반 강신재를 1막, 2막처럼 생각했어요. 처음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다 가진 사람처럼 보이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무너지고 흔들리면서 더 사람 같은 모습이 드러나게 하고 싶었어요. 로펌 이름인 ‘리슨 앤 조인’은 듣고 함께 한다는 의미를 가지는데 이게 작품의 전반적인 메시지인 것 같아요. 피해자들을 대하는 장면에서 섣불리 다가가기보다는 한발 뒤에서 손을 내밀고 함께 간다는 의미에서 굉장히 조심스럽게 표현한 것 같아요. 강신재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모습을 닮고 싶었어요. ‘좋은 어른은 어떤 모습일까’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 강신재의 뚝심과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든든한 모습을 배우고 싶었어요. 실제 모습은 강신재만큼 폭발력 있는 사람이 못 되는 것 같아요. 강신재라는 인물을 연기하면서 대리 만족을 얻었죠. 멋있다고 생각되는 지점들을 재밌게 마음껏 연기했어요.“
그 결과 강신재는 단순히 사건을 따라가는 인물을 넘어 이야기의 흐름을 움직이는 핵심 인물로 완성됐다. 정은채는 절제된 표현 속에서도 인물의 단단한 신념과 흔들림 없는 태도를 섬세하게 드러내며 캐릭터의 무게감을 살렸고, 차분한 눈빛과 단호한 대사 톤,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감정의 결을 촘촘하게 쌓아 올리며 강신재라는 인물의 입체감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었다.
”갈수록 상황이 힘들어지고,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것들과 정면으로 맞닥뜨릴 때 비로소 강신재의 진짜 내적 에너지가 나온다고 느꼈어요. 그런 지점들 덕분에 인물을 입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은채는 이나영, 이청아와 함께 빛나는 호흡을 보여주며 세 여성 변호사의 우정과 연대를 설득력 있게 그려냈고, 세 인물이 만들어낸 관계는 극의 몰입도를 한층 높였다.
“이나영 언니의 오랜 팬이에요.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된 것도 언니가 참여한다는 사실이 매우 크게 기여했죠. ‘아너’가 아니면 이런 기회가 있을까 싶었어요. 작품을 하면서 처음으로 제가 먼저 ‘라영·현진·신재’ 단체 대화방을 만들었어요. 각자의 분량을 촬영할 때 만나지 못한 기간 동안 서로 안부를 묻고 하며 가까워졌던 것 같아요. 이나영, 이청아 모두 성격이 소탈하고 담백해 긴말하지 않아도 연대감이 생겼어요.”
이처럼 ‘아너’는 정은채의 탄탄한 연기력과 캐릭터 해석력은 물론 동료 배우들과의 시너지를 통해 작품의 서사를 더욱 단단하게 완성해낸 배우임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아너’는 온점으로 끝나는 드라마가 아니라 ‘그래서 이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나가게 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살아야 한다’는 질문을 던지는 드라마에요. 실패가 훨씬 익숙한 세 명의 캐릭터가 또다시 일어나 내일을 살아간다는 의미에서 희망을 전하는 드라마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아너’를 통해 또 하나의 인상적인 캐릭터를 완성한 정은채가 현재 촬영에 한창인 SBS 새 금토드라마 ‘재벌X형사2’에서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아너’는 과정 속 여정을 그리는 작품이라면, ‘재벌X형사2’는 시작과 끝이 확실한, 결말이 통쾌하고 좋고 싫음이 확실한 작품이에요. 현장 분위기도 굉장히 달라요. 연기할 때 ‘아너’에서는 훨씬 내면의 깊은 고민이 많았다면, ‘재벌X형사2’는 어떻게 하면 이 세계의 파도에 잘 탈까 하는 게 또 다른 숙제다. 너무 달라서 재밌는 것 같아요. 액션신이 많아요. 액션팀이 항상 함께하면서 도움받고 있고, 안전하게 촬영하고 있어요. 다른 출연자들이 시즌1 경험이 있으니까 능숙해서 합을 잘 맞춰 잘 촬영하고 있어요.”
[사진 제공 = 프로젝트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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