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메뉴

HOME  >  사회

'서류상 없는 존재'로 60년…수원시 공무원의 집념이 한 시민의 삶을 바꿨다

송인호 기자 | 입력 : 2026-07-13 08:58

새빛민원실 김경숙 베테랑팀장, 출생신고 못 한 시민 법적 신분 회복 지원
주민등록증 손에 쥔 강 모씨, "이제야 사람답게 살 수 있게 됐다" 감사 인사

지난달 수원시 한 동행정복지센터에서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은 강모씨가 김경숙 베테랑팀장과 주민등록증을 들고 있다. /수원시
지난달 수원시 한 동행정복지센터에서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은 강모씨가 김경숙 베테랑팀장과 주민등록증을 들고 있다. /수원시
수원=비욘드포스트 송인호 기자 수원시에서 60여 년 동안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사람'으로 살아온 한 시민이 공무원의 끈질긴 노력 끝에 마침내 주민등록증을 손에 쥐었다.

주민등록이 없다는 이유로 의료와 복지, 금융서비스조차 이용할 수 없었던 삶은 이제 비로소 평범한 일상을 향해 첫걸음을 내딛게 됐다.
1964년 태어난 강모 씨는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채 친척 집으로 보내면서 법적 기록이 남지 않았다. 어린 시절 여러 친척 집을 전전했고 이후 보육시설에서 생활했지만 성인이 된 뒤에도 주민등록과 가족관계등록부가 없어 사회의 울타리 밖에서 살아야 했다.

주민등록이 없으니 의료보험 가입은 물론 취업과 금융거래도 어려웠고 복지서비스 역시 받을 수 없었다.

여러 차례 행정기관을 찾아 호적을 만들려 했지만 "방법이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고 결국 그는 수십 년 동안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지 못한 채 살아야 했다.
◇포기하지 않은 한 공무원의 책임감

전환점은 지난해 8월 찾아왔고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수원시청 새빛민원실을 찾은 강 씨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준 사람이 바로 김경숙 베테랑팀장이었다.

김 팀장은 강 씨의 생활 이력과 사실관계를 하나하나 확인하며 출생신고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법적 신분 회복을 위한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지난해 9월 수원가정법원에 '성과 본의 창설 허가' 심판을 청구하면서 긴 여정이 시작됐다.

김 팀장은 법률 전문가 상담을 연결하고 각종 증빙자료 준비를 도왔으며 법원 심문기일마다 직접 동행했다.

수원가정법원과 구청, 행정복지센터를 오가는 모든 과정에서 그는 민원인이 아닌 한 사람의 삶을 되찾기 위한 동반자가 됐다.

◇"이제야 사람답게 살 수 있습니다"...감사 인사 연발

마침내 지난달 18일 수원가정법원이 가족관계등록부 창설을 허가했고, 같은 달 24일 가족관계 등록과 주민등록 신규 등록이 완료됐다.

6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이 담긴 주민등록증을 손에 쥔 강 씨는 이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의료서비스와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고, 금융거래와 취업의 길도 열렸다.

강 씨는 "수십 년 동안 여러 관공서를 찾아다녔지만 번번이 좌절했다"며 "김경숙 베테랑팀장님의 도움으로 마침내 주민등록증을 받게 됐다. 이제야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게 됐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이 은혜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며 "이재준 수원시장님께도 꼭 감사의 마음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이번 사례는 단순한 행정 민원 해결을 넘어 시민 한 사람의 기본권과 존엄을 되찾아준 의미 있는 행정서비스로 평가받는다.

서류 한 장으로 끝나는 행정이 아니라,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적극행정이야말로 지방정부가 존재하는 이유를 다시 한번 보여준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수원시 새빛민원실의 작은 관심과 한 공무원의 책임감은 '서류상 존재하지 않았던 시민'을 다시 대한민국 국민으로 돌아오게 했다. 그 주민등록증 한 장에는 60여 년을 기다린 한 사람의 삶과 희망이 담겨 있었다.

송인호 기자 sih31@beyondpost.co.kr

<저작권자 © 비욘드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회 리스트 바로가기

인기 기사

최신 기사

대학뉴스

글로벌마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