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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요즘 의사들에게 필요한 것

비욘드포스트 이순곤 기자 | 입력 : 2026-08-11 07:01

잘료=시사저널
잘료=시사저널
이유 없이 종아리가 아파서 동네 병원을 찾았습니다. 내가 느낀 통증과 평소 생활습관 그리고 운동은 어떻게 하는지 가급적 간결하게 의사에게 설명했습니다. 의사는 크게 귀 기울여 듣지 않고 건성으로 ‘예, 예’만 반복했습니다. 그러더니 “사진 찍고 다시 볼게요.”라고 말할 뿐이었습니다. 우리가 의사와 맞닥뜨려서 경험하는 흔한 진료 장면입니다.

의사에게 중요한 건 환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사진을 비롯한 각종 수치로 나오는 검사 결과들입니다. 환자는 자신이 아프게 된 경위와 맥락이 중요하지만 의사는 장비로 검사한 결과지가 훨씬 중요하기 때문에 대부분 환자의 말을 무시합니다. 그러니 간호사와 방사선사도 필요한 검사를 진행하는 데만 집중합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대개 환자들의 이야기가 잘 정돈돼 있지 않고 고통 앞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두서없이 늘어 놓기 때문인 이유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환자에게 ‘찬찬히 정리해서 조리 있게 설명해 보세요’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의사 입장에선 환자의 얘기를 듣느니 영상과 다양한 검사 결과에 집중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또 대부분의 환자는 감정적으로 과장된 상태이기 때문에 자신의 고통이 세상 모든 불행을 합친 것보다 큰 것처럼 설명하니까 의사들은 자신들이 지금 감정노동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의사는 환자의 의견보다는 자신이 던진 질문에 대한 답과 첨단 장비들이 내놓는 결과를 훨씬 신뢰하고 그걸 근거로 증상을 판단합니다.

여기서 의사들이 놓치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환자의 이야기에는 증상을 넘어 환자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있는지, 염려와 공포, 불안, 이전의 경험, 기대 등이 복잡하게 담겨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는 진단과 치료를 하는 데 충분한 가치가 있는데도 의사들은 이런 환자의 이야기를 불완전하거나 필요 없는 것으로 치부하고 무시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환자들이 생각하는 의사들의 가장 큰 문제는 듣는 능력과 ‘태도로서의 듣기’입니다. 결국 의사에게 필요한 것은 환자의 두서 없는 말을 ‘듣고 해석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이런 능력은 환자에게도 의사에게도 도움이 됩니다. 의사는 이전에 접근하지 못했던 정보와 지식에 다가갈 좋은 통로를 확보하고, 환자는 고통이라는 비바람을 함께 견뎌 줄 의료진을 만났다는 위안입니다.

다소 엉뚱하게 들리겠지만 내 말은 의사들에게 문학 훈련을 시켜야 한다는 겁니다. 환자들의 이야기를 잘 듣고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려면 문학으로 이야기를 읽고 이해하는 정서적 훈련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물론 의사들에게 내 얘기는 고리타분하고 씨알도 안 먹히겠지만. ^^*

[비욘드포스트 이순곤 기자]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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