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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죄판결 없이도 몰수한다...독립몰수제가 마약사건에 던지는 물음

김신 기자 | 입력 : 2026-08-28 11:43

법무법인 세담 황세영 변호사
법무법인 세담 황세영 변호사
[비욘드포스트 김신 기자] 유죄판결 없이도 범죄수익을 몰수·추징할 수 있는 독립몰수제가 도입되면서, 마약사건에서는 "이 사람이 유죄인가"뿐 아니라 "이 재산이 범죄수익인가"를 별도로 다퉈야 하는 새로운 물음이 던져지게 됐다. 법무법인 세담 황세영 변호사는 이번 개정이 마약사건 방어 전략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짚었다.

2026년 8월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따르면, 범인이 사망하거나 국외로 도피한 경우, 소재가 확인되지 않아 공소 제기가 어려운 경우에도 검사는 공소제기와 별도로 법원에 몰수·추징명령을 청구할 수 있다. 그동안 몰수는 특정인에 대한 처벌에 수반되는 처분으로 다뤄져 왔지만, 이제는 범인을 법정에 세우지 못하더라도 재산 자체를 겨냥한 환수가 가능해진 것이다. 적용 대상에는 보이스피싱, 인터넷 불법도박, 디지털 성범죄와 함께 마약범죄도 포함됐으며, 개정안은 공포 후 1년 뒤 시행된다.
마약범죄가 포함된 배경에는 점조직·비대면 유통 구조가 있다. 총책이나 상선이 해외에 있거나 특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대금은 차명계좌와 가상자산을 거쳐 여러 단계로 분산·은닉되곤 한다. 주범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하면 범죄수익 환수도 어려웠던 구조에서, 사람이 아닌 돈의 흐름을 별도로 추적하겠다는 것이 제도의 취지다.

이는 곧 방어의 무게중심이 옮겨간다는 뜻이기도 하다. 기존에는 유무죄를 다툰 뒤 추징액 산정이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쟁점이었다면, 독립몰수 절차에서는 "이 재산이 범죄수익인가", "몰수·추징의 대상과 범위가 적정하게 특정됐는가"가 그 자체로 핵심 쟁점이 된다. 정상 소득이나 다른 자금이 뒤섞여 있거나 여러 계좌·가상자산을 거쳐 이동한 자금에서 범죄수익에 해당하는 부분을 특정하는 일 자체가 치열한 다툼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특히 물음이 예민해지는 지점은 제3자의 재산이다. 마약 범죄수익은 가족이나 지인 명의로 옮겨지거나 제3자에게 넘어간 형태로 은닉되는 경우가 있는데, 범죄와 직접 관련 없는 제3자가 이 과정에서 자신의 재산이 몰수 대상이 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이 경우 재산의 취득 경위, 대금 지급 자료, 범죄수익이라는 사정을 알았는지 여부 등을 적극적으로 소명해야 할 필요가 생긴다.
법무부는 독립몰수제가 은닉·분산된 범죄수익 환수의 실효성을 높이고 피해 회복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유죄판결 없이 재산을 박탈할 수 있는 권한인 만큼, 몰수 대상이 실제 범죄수익인지, 산정 근거는 객관적인지, 이해관계인에게 충분한 방어 기회가 보장되는지를 검증할 절차적 장치도 함께 갖춰져야 한다는 물음은 여전히 남는다.

법무법인 세담 황세영 변호사는 "독립몰수제 도입으로 마약사건에서 유무죄와 별개로 재산의 출처와 범죄수익 해당 여부를 다투는 절차가 중요해질 수 있다"며 "재산의 취득 경위와 자금 흐름, 추징액 산정의 근거를 객관적인 자료로 뒷받침하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욘드포스트 김신 기자 bp_ks@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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