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면 벌써 9월입니다. 우리 아이들 둘 다 9월에 태어났습니다. 딸아이는 어렸을 때 모든 가정의 형제자매들은 같은 달에 태어나는 줄 알았답니다. 어느 모임에서나 ‘인싸’인 딸아이는 생일모임을 갖느라 한 달 내내 바쁘게 삽니다. 서로 섞일 수 없는 친구나 동창, 지인 등 성격이 다른 모임이라 어쩔 수 없이 소규모로 모이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하는데 요즘 ‘젠지’들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들어가는 돈도 만만치 않습니다. 요즘은 친구 한 번 만나면 아무리 적게 잡아도 3~5만 원 수준입니다. 가장 부담이 되는 비용은 역시 식사비, 이어서 디저트 등 음료, 거기다 생일 같은 기념일 이벤트라도 있으면 금액은 훌쩍 올라갑니다. 그나마 용돈을 받고 알바라도 하면 형편이 좀 나을 텐데 그렇지도 못한 ‘장수 대학원생’이라 ‘관계 유지 비용’을 줄이기가 쉽지 않습니다.
‘프렌드플레이션’이라고 한다지요? 프렌드(Friend)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한 신조어인데 지속되는 고물가에 2030세대가 친구나 지인과의 만남 자체를 줄이거나 꺼려한다는 데서 비롯된 말입니다.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오른 물가가 젊은이들의 인간관계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는 현상입니다.
이 같은 현실은 우리만 그런 게 아닙니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외식 가격이 팬데믹 이후 지난해까지 무려 25~30%나 올랐습니다. 미국 금융 플랫폼 셀프파이낸셜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0%가 친구를 만날 때 경제적 불안을 느낀다고 답했습니다. 자신보다 훨씬 잘사는 친구와 관계를 유지하는 게 어렵다는 응답도 43%나 됐습니다.
일본도 34세 이하 1인 근로자의 가구 소득 대비 교제비 비중이 코로나 이전인 2019년에는 2.2%에서 지난 해 1.3%로 절반 가까이 줄었습니다. 실제로 미국과 일본 MZ세대들은 비용 부담 때문에 사교 모임에 빠진 적 있다고 답한 응답자가 44%에 달했습니다.
카카오톡 같은 소셜미디어의 ‘내 생일 알림’ 기능을 꺼 놓을까 고민 중이라는 한국의 MZ들도 있습니다. 친한 사이도 아닌데 선물로 모바일 커피쿠폰이라도 받으면 자기도 상대의 기념일을 챙겨줘야 할 것 같아 부담스럽다는 게 이유입니다. 결국 안 주고 안 받는 게 속 편하다는 뜻입니다. 2030 청년들은 결혼, 취업을 위해서도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한데 경제적인 부담 때문에 만남의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더구나 관계가 한번 단절되고 나면 다시 이어가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는데요… ^^*
[비욘드포스트 이순곤 기자] sglee640@beyond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