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 끄기의 기술》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일약 스타 작가가 된 마크 맨슨이 한국을 방문하고 자신의 유튜브 계정에 “세상에서 가장 우울한 국가를 여행했다”고 영상을 올려 화제가 된 적 있습니다. 맨슨이 한국을 가장 우울한 국가로 규정한 이유는 먼저, 위태로운 한국인의 정신건강 상태를 꼽았습니다. 자살자 수가 십수 년째 세계 1위인 것만 봐도 정신건강에 심각한 문제를 겪고 있다는 증거라는 겁니다. 이는 과도한 경쟁과 이에 따른 사회적 압박이 심리적 위축을 가져온 결과로 진단합니다.
다음은, 한국인의 완벽주의 성향도 정신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지목합니다. 유치원 시절부터 입시경쟁과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가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계속 쌓여 내재화해 하나의 기질이 됐다는 것입니다. 또 한국이 겪은 일제 강점 등 고난의 역사와 북한과의 갈등도 불안한 심리상태의 원인으로 분석합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추구한 경제적 기적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였고 가혹한 교육시스템과 눈치 보는 문화는 젊은이들에게 감당하기 힘든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해석입니다.
여기에 유교문화는 한국의 정신건강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개인보다 가족 중심의 가치체계를 가진 유교의 영향으로 가족을 위한 헌신을 강조하고 개인적 체면과 평판을 중시하면서 성과를 내도록 강요 받는 모순적 상황에 놓이는 게 한국인의 보편적 정서라는 겁니다. 또 과도한 물질주의와 돈벌이에 집착하지만 자기표현이나 개인주의는 무시되는 사회라고 지적합니다. 이런 분석들은 딱히 새로운 것들이 아니라 대부분 한국인도 수긍하는 내용입니다.
오래 전 철학자 한병철 교수가 저서 《피로사회》에서도 비슷한 내용으로 다룬 적 있습니다. 다만 한 교수는 이러한 것들이 한국만의 문제가 아닌 현대사회의 공통적인 아젠다로 다룬 것이 다를 뿐입니다.
근대까지 서양은 규율, 규제를 통해 금지하거나 강제하고 의무를 부과하는 등 타자에 대해 거부감을 드러내는 부정성의 패러다임이 지배한 문화입니다. 그러나 현대사회로 넘어오면서 그 같은 부정성은 사라지고 자율과 자유를 통한 자기 주도의 능력으로 성과를 도출하고 타자와의 대결이 아니라 대립과 갈등을 소멸시키는 긍정성의 문화로 바뀌었습니다. 즉 규율사회에서 성과사회로 바뀐 것입니다.
이처럼 세상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는데도 인간은 행복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우울증, 절망과 허무함을 더 많이 느끼는 사회가 됐습니다. 모든 것을 개인이 자기 능력 안에서 처리하는 과정에서 남이 아닌 자기 자신을 적으로 삼게 되었습니다. 자신을 뛰어넘는 과정에서 자기 자신을 소진시키고 마모시켜 스스로를 낙오자라고 생각하게 되면서 우울증이 확산됐다고 진단합니다.
맨슨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려움에 처해도 절망하지 않고 일어서는 ‘회복탄력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그리고 자기 내면의 깊은 곳을 바라볼 것을 권고합니다. 관련해서 한병철 교수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욕망의 허무성을 각성하고 나아가 끝없는 유혹에 노출된 개개인의 반성과 자각을 촉구합니다. 두 사람 다 ‘공자님 말씀’ 같은 얘기인데 별로 와 닿지는 않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