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번호가 뜨면 아예 안 받거나 받아도 아무 말 안 해요. 상대방이 무슨 말이든 먼저 하길 기다리는 거죠.”
스마트폰으로 전화가 걸려오면 요즘 젊은 친구들이 보이는 반응입니다. 모르는 번호는 신뢰할 수 없는 상대로 인식해 자신의 목소리를 먼저 공개하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같은 말은 아주 드물게 격식을 차려야 하는 상황에서나 쓰는 말이라고 합니다.
특히 예전에 유선전화를 받을 때 습관처럼 하던 “여보세요”는 사극에서 사용하는 말처럼 시대의 유물로만 남을 위기에 처했습니다. 요즘은 누가 전화를 걸었는지 모르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당연히 “여보세요” 대신 “응, 어디야?”라고 말하거나 바로 대화의 본론으로 들어갑니다.
스마트폰은 통화는 물론 문자메시지, 이메일, 소셜미디어 피드 등을 통해 상대에 대한 정보가 결합되기 때문에 굳이 인사말을 건네며 형식적인 접점을 만들 필요가 없어진 것이지요. 전화통화나 문자메시지보다 인스타그램 DM이나 카톡을 선호하는 Z세대의 특징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쓰는 단어가 줄어드는 현상도 엿보입니다. 최근 15년간 3000여 명의 대화 녹음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일상 속에서 사용 단어 수가 감소했다는 조사도 봤습니다. 2005~2019년 사람들의 하루 평균 단어 수가 매년 338단어씩 줄었고 특히 25세 미만에서 하루 평균 451단어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결국 “여보세요”가 사라진 현상을 정리하면, 우선 불확실성의 소멸입니다. 과거 유선전화 시절에는 상대가 누구인지, 왜 전화를 걸었는지 전혀 알 수 없었습니다. 불확실성의 시대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상대를 확인하는 관습적 인사말 “여보세요”는 기능적 효력을 잃고 불필요한 절차가 돼버렸습니다.
다음은 효율성과 용건 중심의 커뮤니케이션으로 바뀌었습니다. 발신자를 확인하는 순간부터 누구와 어떤 대화를 할지,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습니다. 시간과 인지 사용을 줄이고 본 내용으로 직진하는 효율성을 추구하게 된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통화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덜었습니다. 요즘 많은 MZ들이 겪는 ‘콜포비아’로부터 방어기제가 작동함으로써 예측 불가능성과 불필요한 감정적 소비를 차단할 수 있습니다. 통화 전에 발신자의 정보를 확인하는 것은 전화통화를 ‘기대와 설렘’의 영역에서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할 업무나 정보 교환의 영역으로 이동시켰습니다. 기술이 감정과 예의의 방식까지 바꾸어 놓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