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성장의 결실을 시민이 누리는 교통자산으로
미리 준비한 철도 재원, 처인·기흥·수지의 내일 연다
이상일 용인특례시장. /용인시
용인=비욘드포스트 송인호 기자 유비무환(有備無患). 미리 준비하면 근심을 덜 수 있다는 이 말은 도시의 출·퇴근길에도 당연히 적용된다. 인구가 늘고 산업이 커진 뒤 교통망을 마련하려면 시민의 불편이 쌓이게 마련이다. 청년이 일터에 쉽게 가고 학생이 안전하게 통학하며 어르신이 병원에 편하게 다녀올 수 있는 도시. 반도체 중심도시로 도약하는 용인시가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 미래다.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성과가 시민의 여유로운 하루로 이어지는 도시, 바로 이런 도시가 용인의 미래상이라 하겠다.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이 추진하는 최대 1조원 규모의 철도기금은 그 미래를 준비하는 의미 있는 선택이다. 반도체 산업 성장으로 기대되는 세수 증가분 일부를 모아 철도망 확충에 투자하겠다는 구상이다. 산업의 결실을 시민이 오래도록 누릴 교통 자산으로 축적한다는 점에서 추진할 필요성과 당위성이 충분하다.
철도는 필요할 때 곧바로 놓을 수 없다. 국가계획 반영과 타당성 검토, 관계기관 협의와 공사에 이르기까지 긴 시간과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 도시가 성장하는 동안 재정 준비도 함께 진행해야 한다. 따라서 작은 흙이 쌓여 산을 이룬다는 ‘적토성산(積土成山)’의 지혜를 도시의 교통정책에 담아야 할 때다.
◇철도기금, 산업정책과 시민의 일상을 연결하는 장기 투자
이상일 시장이 제시한 목표는 2030년까지 최소 5000억원을 확보하고 재정 여건에 따라 최대 1조원까지 철도기금을 조성하는 것이다. 2027년 추가경정예산안에 700억~1500억원 규모의 적립을 추진하고 이후 세수 증가 추이와 재정 상황에 맞춰 단계적으로 재원을 쌓겠다는 계획이다.
시는 이를 위해 철도기금 설치·운용 조례를 제정하고 시의회 심의·의결 등을 거쳐 내년 하반기부터 적립과 운용에 나설 방침이다. 1조원은 앞으로 달성하려는 목표다. 그 목표를 현실로 만드는 첫걸음이 제도 마련과 꾸준한 적립이다.
이 구상이 지닌 가치는 재정의 쓰임에 있다고 본다. 반도체산업의 성장은 기업의 투자와 기술력, 국가와 지방정부의 지원, 시민의 협조가 함께 만들어 가는 성과다. 삶의 터전을 내어주고 공사와 교통 불편을 감내한 시민에게 성장의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 철도는 그 약속을 실현할 중요한 공공자산이다.
기업의 투자가 세수 확대로 이어지고 늘어난 재정 여력이 교통망을 넓히며 편리해진 이동이 다시 인재와 기업을 끌어들이는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다. 철도기금은 산업정책과 시민의 생활을 연결하는 장기 투자인 셈이다.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이 지난 1일 경기남부광역철도 제5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 반영을 촉구하는 공동 결의대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용인시
◇미리 모은 재원, 철도 추진의 ‘원동력’
철도기금의 필요성은 앞으로 감당해야 할 재정 수요에서도 드러난다. 시가 추계한 철도사업 관련 시비 부담액은 약 1조 9450억원이다. 추진 중인 사업에 1743억원, 신규 광역·도시철도 사업에 1조 1899억원, 용인경전철 노후 차량과 시스템 교체에 5808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부담액은 사업 진행과 재원 분담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장기간 상당한 재원이 필요하다는 점은 분명하다. 사업 일정이 구체화될 때마다 필요한 돈을 마련하려면 다른 정책과의 예산 배분을 둘러싼 부담도 커진다. 미리 적립한 기금은 이러한 부담을 나누고 재정 운용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 준다.
국가와 관계기관에 철도사업을 건의하는 과정에서도 지방정부의 재정 준비는 의미가 크다. 용인이 감당할 몫을 계획적으로 마련하고 있다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국가계획 반영을 위한 노력에 재원 확보 의지가 더해질 때 사업 추진의 설득력도 높아진다.
물론 기금 조성만으로 철도 건설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타당성 검토와 행정절차, 관계기관 협의는 충실히 거쳐야 한다. 그 과정에서 필요한 재원을 준비해 두는 일은 지방정부가 스스로 실행할 수 있는 책임 있는 조치다.
/용인시
◇광역철도와 생활철도, 용인의 가능성 ‘확장’
이상일 앞장서서 추진 중인 경기남부광역철도는 용인의 미래 교통망을 이루는 중요한 축이다.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에서 수서와 판교, 용인 신봉·성복, 수원 광교를 거쳐 화성 봉담으로 이어지는 노선 구상은 경기남부 도시들의 생활권과 경제권을 더욱 긴밀하게 연결할 가능성을 품고 있다.
시민에게는 일자리와 교육·문화시설을 선택할 범위가 넓어지는 변화다. 기업과 연구기관에는 인재가 오가고 협업할 여건이 좋아지는 기반이다. 반도체 생태계 역시 기술과 자본에 더해 사람의 원활한 이동이 뒷받침돼야 성장할 수 있다.
아울러 동백∼신봉선은 도시 내부의 연결을 강화할 사업이다. 동백과 구성, 성복과 신봉을 잇는 철도망은 기존 노선 사이의 환승 편의를 높이고 생활권을 연결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경강선 연장 등 처인구의 철도 접근성을 높일 구상도 산업 성장과 주거지 확대에 맞춰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 또한 기흥에서 동탄을 거쳐 오산으로 이어지는 분당선 연장, 반도체 산업거점을 연결하려는 반도체선, 서울 잠실∼용인∼청주공항을 잇는 중부권광역급행철도도 함께 살펴야 할 대목이다.
처인·기흥·수지가 편리하게 연결될수록 용인은 각 지역의 강점을 함께 누리는 도시로 발전할 수 있다. 철도기금은 이러한 연결을 준비하는 공동의 밑천이다. 시민이 어느 지역에 살든 도시 성장의 기회를 가까이에서 누릴 수 있도록 투자 방향을 세워야 한다.
잉상일 용인특례시장. /용인시
◇적립과 투명한 운용은 신뢰의 ‘밑거름’…시민의 희망도 ‘UP’
이 시장의 철도기금 구상이 힘을 얻으려면 안정적인 운용이 뒷받침돼야 한다. 반도체산업은 경기 변동의 영향을 받는 만큼 세수 전망을 신중하게 살피고 실제 재정 여력에 맞춰 적립 규모를 조정해야 한다. 복지와 안전, 교육 등 필수적인 재정 수요를 함께 고려하는 균형도 필요하다.
이러한 원칙은 기금의 지속성을 높이는 조건이다. 재정 여유가 있을 때 꾸준히 적립하고 사업별 일정에 맞춰 집행하면 장기 투자의 기반을 다질 수 있다. 해마다 쌓은 재원이 미래의 철길을 움직이는 힘이 될 것이 분명하다.
투자 우선순위도 시민이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교통 불편의 정도와 이용 수요, 환승 효과와 지역 균형발전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적립 현황과 집행 계획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의회와 충분히 협의할 때 기금은 시민의 신뢰 속에서 이어질 수 있다.
이상일표 철도기금이 시민에게 돌려줄 가장 큰 자산은 시간과 기회다. 출근길에서 아낀 시간이 가족과 함께하는 저녁으로 돌아오고 청년이 더 넓은 무대에서 꿈을 펼치며, 어르신의 외출이 한결 편안해지는 미래다.
반도체로 성장하는 용인은 이제 그 성과를 시민의 삶에 오래 남길 준비를 해야 한다. 최대 1조원 철도기금 조성은 그 방향에 부합하는 선택이며 꾸준히 추진할 가치가 있다. 오늘 쌓는 재원이 내일의 철길이 되고 그 철길 위로 시민의 희망이 달리기를 기대한다.
※ 통찰추호(洞察秋毫)는 가을철 새의 가는 털까지 꿰뚫어 본다는 뜻으로 작은 변화 속에서도 본질을 읽어내는 통찰력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