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김선영 기자] 재단법인 한글누리가 주최한 ‘한글 페스타 2024’가 성황리에 막을 내리며 한글의 세계적 확장 가능성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세계인이 함께 쓰는 한글'을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는 영상 공모전 형식으로 진행되어 전 세계의 다양한 언어를 한글로 표기해보는 독창적인 시도를 통해 큰 주목을 받았다.
올해로 두 번째를 맞이한 이번 공모전은 한글을 세계 공용문자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실험하며, 이를 통해 다양한 문화를 보존하고자 하는 목표를 담고 있다. 옛 훈민정음 자모를 포함한 한글로 각국의 언어를 표기하는 과정을 통해, 한글이 다른 언어의 발음을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기록할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특히, 41개 언어를 사용하는 48개국에서 240여 개의 작품이 출품되는 등 전 세계적인 참여 열기를 보였다.
이번 공모전에서는 △이야기 △노랫말 △국가(國歌)의 세 가지 부문으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전 부문 최고상인 ‘으뜸상’은 필리핀의 글렌 촌도(Glenn Tiondo) 씨가 수상한 ‘쭈파가오가 사람을 만든 이야기’가 차지했다. 이 작품은 필리핀 북부의 이푸가오족 신화를 타갈로그어로 표현하며, 옛 훈민정음 자모를 활용해 음가 표기의 정확성을 높인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또한, 작품의 예술성 역시 심사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노랫말 부문에서는 이란의 세예데 마리암 자레(Seyedeh Maryam Zare) 씨가 페르시아어로 노래한 ‘귀여운 꼬마’를 한글로 표기한 작품이 1위를 차지했다. 국가 부문에서는 인도네시아의 윈다 위댜스뚜띠(Winda Widyastuti) 씨가 인도네시아 국가를 옛 한글 자모로 표기하여 높은 가독성을 보여 1위를 수상했다.
한글누리 측은 이번 공모전을 통해 한글의 표음문자적 특성을 활용해 다양한 언어를 표기하는 시도가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현행 한글과 훈민정음 자모를 활용해 각국의 발음을 세밀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글의 확장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번 ‘한글 페스타 2024’는 한글의 세계적 확장 가능성을 확인한 중요한 행사였으나, 그 가능성에는 여전히 도전 과제가 남아 있다. 한글이 다양한 언어의 발음을 정확하게 기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실제로 한글을 다른 언어의 공식 표기 시스템으로 사용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각 언어의 고유한 음성 체계와 문자적 전통을 존중해야 하며, 한글의 사용이 문화적 동화나 표준화로 이어질 위험성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글누리연구소의 김주원 소장은 “참가자들의 우수한 작품을 통해 한글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느낄 수 있어 뭉클했다”며 “앞으로도 한글누리는 ‘한글페스타’ 공모전을 통해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인 한글이 전 세계의 언어를 적는 도구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고, 한글과 훈민정음에 대한 이해를 높여갈 것”이라 밝혔다.
한편, ‘한글 페스타 2024’는 재단법인 한글누리가 주최하고, 한글학회와 훈민정음학회가 후원한다. 경동나비엔도 한글 사용 확대에 뜻을 모으며 「한글누리」를 후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