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재건축 단지로 꼽히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 공사가 결국 멈추게 됐다. 2020년 2월 착공 이후 2년2개월 만에 공사가 중단되는 것이다. 사진은 15일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 [뉴시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이라 불리는 둔촌주공 재건축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이 서울시의 중재안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혔다.
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둔촌주공 시공사업단은 지난달 31일 서울시에 답변서를 제출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30일 조합과 시공사업단의 의견을 반영한 중재안을 마련해 양측에 전달한 바 있다.
시공사업단은 "조합은 서울동부지법에 제기한 '공사도급변경계약 무효확인 소' 취하, 지난 4월16일 의결한 '공사계약 변경의 건' 의결취소를 재취소하는 총회 선행 후 일반분양 모집공고를 통해 입주일정이 확정돼야 비로소 최소한의 계약적·법적 근거 및 사업재원이 확보돼 공사를 재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시공사업단에 우선 30일 이내 공사를 재개한 뒤 다른 조치들을 이행하자고 제안했지만, 시공사업단은 위 조건이 먼저 충족되지 않으면 공사를 재개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이다.
이어 "기존 계약 시점을 기준으로 한국부동산원에 공사비 재검증을 신청하고, 그 결과에 따라 계약 금액을 변경하는 것은 동의한다"면서도 "자재 승인 등 지연에 따른 공사기간 연장, 추가 공사비 및 마감재 등 필요한 모든 사항이 계약에 반영되고, 총회 결의 및 변경계약 체결도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시공사업단은 조합이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마감재 고급화에 대해서도 거부 의사를 재차 표명했다.
시공사업단은 "이번 공사중단에 이르게 된 원인 중 하나는 (조합이) 마감재 고급화를 이유로 특정업체를 강요하고 기존 계약에 의한 시공사업단의 자재승인을 지연했기 때문"이라며 "조합은 고급화 설계에 소요되는 사업재원을 분양가 건축가산비 반영을 통해 확보하려고 하는 만큼 신속한 일반분양을 방해하는 조합의 고급화 추진은 재고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기계약 부분은 법적으로 협력업체에 대한 위약금 외에도 공정위로부터의 시정조치, 과징금, 형벌 등 민·형사 및 행정제재가 수반되는 만큼 수용하기 어렵다"며 "미계약 부분 역시 조합과의 협의만으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간의 합의에 따라 조합의 적법한 의사결정 과정(이사회, 대의원회, 총회 등)을 거쳐야 한다"고 답했다.
시공사업단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사업대행자를 지정하는 안건에 대해서도 "시공사업단의 계약상 권리까지 포기하거나 위임할 수는 없다"며 부정적 의사를 전했다.
결국 시공사업단은 답변서 말미에 "본 중재안은 시공사업단의 권리를 침해하는 조합의 일방적 요구사항이 상당수 포함되고, 본 중재안을 수용해도 공사 재개 후 정상적인 공사수행을 담보할 수 없다"며 "본 중재안을 수용할 수 없음을 알려드린다"고 적었다. 사실상 서울시 중재안 전체에 대한 불수용 의사를 밝힌 것이다.
한편 둔촌주공 정상화위원회(정상위)는 전날 시공사업단과 2차 면담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지난달 27일 이뤄진 조합과 시공사업단의 면담 및 서울시 중재안 관련 내용을 정보공개 청구해 확인했다.
또 시공사업단의 소극적인 합의 태도에 대해 항의하고 타워크레인 철수 보류를 요청하기도 했다. 시공사업단은 이에 "일단 서울시 등의 요청에 따라 실태조사 기간 중 타워크레인 철수는 보류한 상태지만 오는 7일부터는 철수가 예정돼 있다"며 "크레인 계약 만료와 업체들의 요청으로 철거 예정을 바꾸기 쉽지 않으나 전체 철수 계획에 대해 검토 해보겠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상위는 또 지난 1일 외부 건축사사무소를 통해 '공사중단이 6개월간 계속될 경우 예상 손실액이 1조6000억원에 이를 수 있다'는 취지의 시뮬레이션 자료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조합원 1인당 피해금액으로 환산해보면 1인당 약 2억7000여만원의 손실을 떠안게 된다.
정상위 관계자는 "6개월의 공사중단 뿐만 아니라 조합 측의 자재 선정 지연 등으로 준공시점이 9개월 가량 미뤄진 부분도 반영된 금액"이라며 "조합 내부에서도 자체적으로 6개월간 공사중단시 일반분양가 평당 4000만원을 가정해야 1조원 정도의 손실액을 메꿀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고 한다. 조합에서는 9개월의 공사지연을 축소하거나 넣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