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한장희 기자] 지난주 KG모빌리티의 첫 전기차 토레스 EVX를 시승했다. 최근 몇 년간 KG모빌리티(전신 쌍용자동차 포함) 차량 중 소비자들에게 가장 반응이 좋았던 중형 스포츠유틸리티(SUV) 토레스의 아이덴티티를 계승하면서도 KG모빌리티의 첫 전기차인 만큼 소비자들은 물론 자동차 전문기자들에게도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킨 차량이다.
특히 이 차량은 전기차임에도 중국 비야디(BYD)에서 공수해 온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해 가격적 메리트를 지니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 보조금을 받으면 3000만원대 후반으로 구입이 가능한 수준으로 중형급 SUV 내연기관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전기차를 사고 싶지만, 가격적으로 부담이 됐던 소비자들에게는 토레스 EVX의 등장은 유력한 선택지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KG모빌리티의 첫 전기차 토레스 EVX의 측면 모습. (사진 = KG모빌리티 제공)
먼저 토레스 EVX의 첫인상은 익숙했다. 토레스의 아이덴티티를 그대로 계승한 모델이어서 번호판을 보고 ‘전기차구나’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흡사했다. 근육질의 볼륨감을 강조한 굵은 선의 후드(엔진실을 덮고 있는 판넬) 캐릭터 라인도 토레스의 모습 그대로였다.
이와 관련해 KG모빌리티 관계자는 세련되고 미래적인 모습을 추구하는 전기차 디자인 대신 전통적인 오프로드 SUV 형태의 모습을 살리는 데 중점을 뒀다고 소개했다.
다만 내연기관에 있었던 전면 대형 그릴을 없애고 얇고 가로로 길게 뻗은 주간주행등(DRL)을 달아 전기차임을 알 수 있게했다.
KG모빌리티의 첫 전기차 토레스 EVX의 후면부 모습. (사진 = KG모빌리티 제공)
후면부는 스페어 타이어를 형상화한 핵사곤 타입의 장식물과 후방 LED 콤비네이션 램프를 적용했다.
시승코스는 서울 영등포를 출발해 인천 영종도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코스였다. 필자는 영종도에서 영등포로 돌아오는 구간을 주행해 봤다. 영등포에서 영종도로 향할 때 2열에 탑승했는데 필자의 덩치가 큰 편임에도 부족함이 없는 공간이었다. 트렁크 공간도 꽤나 널찍하게 구성돼 KG모빌리티가 내부 공간에 상당한 공을 드렸음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었다.
실제로 토레스 EVX는 전장 4715mm, 전폭 1890mm, 축간거리 2680mm 수준으로 중형 SUV인 싼타페, 쏘렌토 대비 다소 작은 크기다. 하지만 아웃도어 활동을 고려해 실내 공간 전고를 930mm로 크게 키웠다. 839L의 트렁크 공간을 확보했고, 2열을 접을 경우 1662L까지 적재가 가능하다. 이러한 전고 높이 덕에 2열 좌석에 앉았음에도 차량이 작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고, 충분히 차박(차에서 숙박)을 즐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KG모빌리티의 첫 전기차 토레스 EVX를 차박을 컨셉으로 꾸며놓은 모습. (사진 = 한장희 기자)
토레스 EVX는 도심이나 출퇴근용 차량이 아닌 오프로드 아웃도어에 중점을 두고 설계했다는 게 KG모빌리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차박 등을 위한 높은 전고외에도 오프로드 주행에 적합한 175mm의 최저 지상고와 진입각(18.8°), 탈출각(21.1°) 등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주행 질감은 사람마다 느끼는 개인차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기대 이상이었다. 토레스 EVX 가 전기차 특유의 민첩함은 다소 떨어진다고 할 수 있지만, 무거운 배터리가 하부에 깔려 있음에도 가속페달 응답성은 크게 떨어져 보이지 않았다. 밟으면 밟는대로 쭉 치고 나가는 느낌도 받을 수 있었다.
다만 승차감은 쾌적한 편은 아니다. 시트 포지션이 높은 편이어서 주행 안정감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게 하며 승차감도 딱딱한 편이었다. 토레스 내연기관 모델에서 지적됐던 외부 소음도 여전해 아쉬운 대목이었다.
차량에 적용된 UI도 아쉬운 대목 중 하나다. 직관적인 부분이 좀 떨어져 보였다. 토레스 EVX를 처음 타는 사람도 한 눈에 보고 직관적으로 빠르게 파악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 대목은 업데이트 등을 통해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였다.
KG모빌리티의 첫 전기차 토레스 EVX의 실내 모습. (사진 = KG모빌리티 제공)
토레스 EVX의 최대 강점은 가성비라고 꼽을 수 있겠다. 이 점에서 가장 크게 작용한 것은 토레스 EVX 핵심은 배터리다. 중국 BYD와 협력해 73.4kWh 용량의 LFP 블레이드 배터리를 탑재했다. 1회 충전 주행거리는 433km다. 블레이드 배터리는 셀투팩 공법으로 단위 면적당 에너지 밀도를 20%까지 늘려 주행거리를 향상시키는 구조다. 모듈을 제거하고 그 공간에 셀을 더 촘촘하게 적재해 LFP의 단점으로 꼽히는 밀도를 더 높이는 방법이다.
여기에 영상 8℃부터 작동하는 EV 열관리 시스템을 적용해 겨울철에도 최적의 배터리 성능을 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아웃도어 및 레저 활동 시 전기를 끌어다 쓸 수 있는 V2L도 적용했다.
시승시 영상 8℃를 오르락 내리락 하는 다소 쌀쌀한 날씨였지만 토레스 EVX의 복합전비인 5.0km/kWh는 실제 주행에서도 이와 비슷한 전비가 구현됐다.
토레스 EVX의 가격은 사전계약 당시 보다 최대 200만원 낮아져 세제혜택 후 △E5 4750만원 △E7 4960만원이다. 여기에 정부와 지자체 보조금을 받으면 3000만원대 후반으로 구입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