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다른 직장을 찾던 아들은 새 회사가 있는 지방으로 거처를 옮기게 됐습니다. 태어나 처음으로 집을 떠나 ‘홀로서기’를 시도하는 셈입니다. 자기 인생을 책임지는 것뿐만 아니라 스스로 가족을 만들고 부양할 나이가 됐는데도 여전히 어린아이 같고 혼자서는 뭘 제대로 해낼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늘 불안합니다.
아들만 그런 게 아니라 요즘 MZ세대의 직업관을 보면 위태로워 보이는 부분이 있습니다. “한 회사를 오래 다니는 건 손해라고 생각한다. 회사에 충성을 다해 봐야 돌아오는 건 별로 없고 그 와중에 경력자들이 연봉 점프해서 입사하는 거 보면 상대적 박탈감만 든다.” 언젠가 만났던 아들보다 서너 살 위인 어느 회사원의 말입니다.
그는 지금 회사가 두 번째 직장으로 직장생활 7년째입니다. 이직할 때 연봉을 15%정도 올렸는데 손해봤다는 기분이 든다고 했습니다. 그는 정기적으로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업데이트하고 써치펌의 헤드헌터와 종종 연락을 주고받습니다. 그러면서 기회만 오면 두 번째 이직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습니다. 그의 스마트폰에는 이직 관련한 앱이 네 개나 깔려 있었습니다.
이런 일은 MZ세대에겐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이들은 왜 이직을 선택하는 걸까요. 단순히 워라밸을 쫓아 회사를 떠나려는 걸까요 아니면 기성세대에 비해 참을성이 없고 자존심이 강하며 이기적이기 때문일까요.
MZ세대는 대부분 대학교육을 받고 스마트기기와 IT에 익숙합니다. 자기를 개발할 수 없는 업무는 싫어하고 도제식 교육 대신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교육을 원합니다. 기성세대가 가졌던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은 당연히 없습니다. 과거엔 직장이 삶의 전부였다면 이들에게 직장은 삶을 영위하는 수단일 뿐입니다. 원하는 걸 얻을 수만 있다면 꼭 이 회사가 아니어도 상관없다는 게 이들의 사고방식입니다.
보상도 적고 자기계발 기회도 안 주면서 주인의식과 애사심만 요구하는 건 불합리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회사에 실망하거나 기대감을 갖지 않게 되면 회사를 위해 사생활을 희생할 수 없다는 게 일반적인 정서입니다.
그러면 MZ세대가 이직을 결심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낮은 연봉, 불확실한 미래, 워라밸, 커리어 업그레이드 순서입니다. 그렇다고 단순히 돈 때문에 이직을 선택한다고 보면 안 됩니다. 대기업 공채가 사라지고 수시채용이 대세가 되면서 경력을 쌓기 위해 먼저 작은 회사를 다니던 이들이 이직 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분석도 설득력이 있습니다.
또 스타트업 회사는 대부분 인사, 조직 등이 불안정하고 짧은 기간에 사업의 존폐를 결정하다 보니 순식간에 부서가 사라지거나 사람을 정리하기도 합니다. 젊은 직장인들의 이직이 잦은 것은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진 탓도 있지만 구조적인 문제도 원인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어찌됐든 요즘 세대는 자신의 가치와 성장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에 비해 많은 회사가 이런 가치를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또 고용 감소와 일자리의 질 저하 등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코인이나 부동산으로 자산의 버블을 목격한 세대는 돈에 대한 집착과 그 가치를 훨씬 높게 여기는 것도 잦은 이직의 원인 중 하나입니다. ^^*
sglee640@beyondpost.co.kr
<저작권자 © 비욘드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