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기억에 남을 오심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투수 아르만도는 클리브랜드 인디언스를 상대로 9회 2아웃까지 퍼펙트 게임을 펼쳤습니다. 마지막 타자만 잡으면 143년 메이저리그 역사상 24번째 퍼펙트 게임을 달성하게 되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야구에서 퍼펙트게임은 단 한 명의 주자도 1루를 밟지 못하고 경기가 끝나는, 10년에 한두 번 나올까 말까 한 대기록입니다. 대부분 투수가 평생 단 한 번도 이루지 못하고 은퇴하며 140년 넘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23번, 90년 역사의 일본 프로야구에선 15번이 나왔습니다. 한국 프로야구에선 40년 동안 아직 한번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어쨌든 이 날 마지막 타자는 내야땅볼을 쳤고 디트로이트 내야진은 무난하게 공을 잡아 1루에 송구해 아웃시켰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 1루심판은 세이프를 선언했습니다. 명백하게 아웃인데 어처구니없는 오심이 나온 것입니다. 당연히 디트로이트 측은 항의했고 심지어 상대팀인 클리브랜드 선수들까지 항의에 가세했습니다. 방송 영상에서도 오심이 확인됐지만 항의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며 판정을 번복하지 않았습니다. 설사 오심이라 하더라도 심판의 권위를 부정하면 더 많은 것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판정을 번복할 수 없다는 게 사무국의 논리입니다. 인간이 실수할 가능성을 배제하진 않지만 그 보다는 심판의 권위를 존중하는 데 무게를 두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한 것입니다.
그리고 몇 년 후, 메이저리그는 비디오 판독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심판의 권위와 원활한 경기 진행도 중요하지만 실수를 할 수밖에 없는 인간이 오심을 했는데도 그걸 바로잡지 않는 것이 더 나쁜 결정임을 인정한 셈입니다. 권위보다 진실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메이저리그 뿐 아니라 우리나라 프로야구도 심판의 판정이 애매하면 비디오 판독을 신청할 수 있고 심판의 판정이 번복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나는 이미 꼰대 소리를 듣고도 남을 나이입니다. 나 또한 객관적 사실과 명백한 팩트를 근거로 후배나 주변 사람들을 설득하기보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 ‘내가 오랫동안 해 온 분야’라고 말하는 게 더 편하고 간단했습니다.
그래서 요즘 드는 생각은 내가 판단하고 결정하는 게 반드시 옳지 않을 수 있고 나 역시 인간이기 때문에 실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떤 상황이라도 결정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생각을 훨씬 더 많이 하게 됩니다.
나이 들수록 실수를 줄여야 하는 게 맞지만 또 인간이기 때문에 언제든 실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전제로 많은 사람의 생각을 바탕으로 ‘비디오 판독’하려고 합니다. 그건 나 자신이 꼰대가 되지 않으려는 이유도 있지만 결정권자의 실수엔 너무나 많은 희생과 고통이 따르기 때문입니다. 우기고 고집하기보다 비디오 판독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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