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운니동에 위치한 운현궁은 옛 궁궐인 창덕궁과 경복궁 근처에 있습니다. 안국역 4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코앞입니다.
운현궁은 ‘궁’이라고 불리지만 궁궐은 아닙니다. 조선 26대 왕인 고종이 태어나고 왕위에 오르기 전에 살았던 집입니다. 그러니까 아버지 흥선대원군 이하응과 어머니 여흥부대부인 민씨가 기거한 사가(私家)입니다.
하지만 규모나 격식, 평면 모양을 볼 때 사대부집이라기보다 궁궐 내전에 가깝습니다. 조선 때 천문, 기상관측을 담당하던 관청인 ‘서운관(書雲觀) 앞의 고개(峴)’라는 뜻으로 운현(雲峴)으로 불렸습니다.
12살 어린 나이로 왕위에 오른 아들(고종)을 대신해 흥선대원군이 정권을 잡아 이곳에서 10여 년간 조선을 통치한 한때 권력의 중심이었던 적도 있습니다. 흥선은 이곳에서 전용문을 통해 궁궐을 드나들며 섭정을 펼칩니다. 하지만 여러 이념이 충돌하던 격변기에 쇄국을 고수한 흥선이 실각하면서 운현궁의 화려한 역사도 막을 내리게 됩니다.
오늘 사진은 운현궁 이로당(二老堂)입니다. 운현궁의 가장 안쪽 건물로 정면 8칸, 측면 7칸의 안채에 해당합니다. 평면은 ‘ㅁ’ 자형으로 안쪽으로 마루와 방이 이어지는데 여자들만의 공간으로 바깥으로 출입문이 없는 게 특징입니다. 이로(二老)는 두 노인, 즉 대원군과 부대부인 여흥 민씨를 의미한다는 해석이 일반적입니다.
대원군은 이 운현궁에 유폐되고 3년 뒤 노안당 골방에서 79세로 사망합니다. 고종은 대원군의 장례식에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하니 권력이라는 게 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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