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본 영화 《퍼펙트 데이즈》의 주인공 히라야마는 도쿄시내 화장실 청소부입니다. 매일 새벽 환경미화원이 골목을 빗자루질 하는 소리에 눈을 뜹니다. 이불을 개고 화분에 물을 주고 양치질과 면도를 마칩니다.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집 앞 자판기에서 캔커피를 뽑아 차에 오르고 카세트테이프로 올드팝을 들으면서 출근합니다. 점심엔 나무 그늘 아래서 샌드위치를 먹습니다. 퇴근 후에는 대중목욕탕에서 씻고 단골 식당에서 저녁을 먹습니다.
루틴은 매일 또는 일정하게 반복되는 짧은 행동을 이어 붙여 하나의 완성된 무언가를 만들어냅니다. 일정한 연속선상에서 정신은 이론을 만들고 행동은 습관을 바꿔 삶을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이끌기도 합니다.
루틴을 말하자면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는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오전 5~6시간 꼬박 글을 씁니다. 글이 잘 써지든 안 써지든 규칙적으로 매일 평균 4천 자 정도를 씁니다. 점심을 먹고 독서를 하고 음악을 듣고 집안일과 운동을 합니다. 운동은 달리기를 하는데 그의 마라톤 사랑은 유명합니다. 글 쓰는 것도 마라톤과 같아서 컨디션이 좋아서 본인의 페이스를 넘어서게 되면 마지막 결과는 좋지 않다고 합니다. 그래서 본인의 페이스를 파악하고 이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하루에 5~6시간씩 앉아서 글을 쓰기 위해서는 체력이 중요한데 하루키는 30년 넘게 매일 1~2시간씩 달렸습니다. 이런 생활을 유지하는 건 당연히 쉽지 않습니다. 컨디션이 별로인 날도 있고 정말 뛰기 싫은 날도 있지만 달리기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로 분류하고 자신만의 루틴으로 만들었습니다.
뭔가를 이루려면 루틴을 만들라고 합니다. 하지만 건강하고 좋은 루틴을 만들기가 쉬울 리 없습니다. 루틴은 틀에 박힌 반복 같지만 어느 정도 쌓이면 속도를 내고 성과를 이룹니다. 지루한 반복이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이지요. 그 차이가 도약을 이루고 다음 단계로 올라서는 에너지를 만듭니다.
23년간 매일 라디오 프로그래을 진행하던 가수 겸 배우 김창완도 20년 넘게 아침 인사말을 루틴처럼 직접 썼습니다. 그가 펴낸 에세이 《찌그러져도 동그라미입니다》에 이런 얘기가 나옵니다. 종이에 펜으로 수십 개의 동그라미를 그릴 때 반듯하고 예쁜 동그라미는 몇 개 안 될지 모르지만 그래도 모두 동그라미라고. 우리가 사는 날들 중엔 찌그러진 동그라미가 더 많다고.
찌그러진 동그라미라도 매일 그리는 것이 바로 루틴입니다. 그 찌그러진 동그라미를 매일, 성실하게, 꾸준히 그리다 보면 점점 예쁜 동그라미에 가까워질 것입니다. 루틴은 뭔가를 키워가는 데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육체든 정신이든 마음이든 루틴을 통해 완성에 가까워집니다. ^^*
sglee640@beyondpost.co.kr
<저작권자 © 비욘드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