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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포토에세이]...그래, 가끔은 하늘을 보자

2024-10-14 08:15:26

[신형범의 포토에세이]...그래, 가끔은 하늘을 보자
가을하늘이 높아 보이는 이유는 뭘까요. 과학자들은 ‘빛의 산란’ 어쩌고 하면서 어렵게 설명하는데 보통 사람의 언어로 말해 보겠습니다. 가을이 되면 여름철 뜨거웠던 공기가 식으면서 대기가 안정됩니다. 대기가 안정되면 먼지나 수증기 같은 입자가 줄어들어 파란색 빛이 더 멀리까지 도달돼 하늘이 더 멀리, 깨끗하게 보입니다.

습도도 영향을 끼칩니다. 습도가 낮아지면 구름이 적어져 청명하고 푸른 하늘은 더 높아 보인다는 거지요. 계절이 바뀌면서 태양고도가 낮아지면 빛이 부드럽게 퍼져 하늘이 넓고 높아 보이게 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낮과 밤의 일교차가 커질수록 대기는 맑아지는데 이게 하늘을 청명하고 높아 보이게 만듭니다.

현대인들은 열심히 삽니다. 빨리 성공하고, 빨리 목표를 이루고 싶어하는 마음은 누구나 같습니다. 그러다 보면 삶의 목적지를 잊고 빨리 달리는 데 집중하게 됩니다. 하지만 방향을 잃으면 속도는 의미가 없어질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빠르게 달려도 방향이 틀어지면 원치 않는 곳에 도착하게 됩니다. 바꿔 말하면 천천히 가더라도 방향을 맞게 잡으면 결국 목표에 도달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물론 속도가 중요한 순간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속도가 가치를 지니려면 먼저 방향을 바르게 정하는 것이 우선이어야 합니다. 방향을 잃은 속도는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게 하고 자칫 혼란에 빠뜨려 나중에 후회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도 현대사회는 속도와 효율성 중시합니다. 성적, 승진, 목표달성 같은 사회적 압박은 끊임없이 더 빨리, 더 많이, 더 효율적으로 할 것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속도와 효율에만 집착하다 보면 지금 내가 가는 방향이 맞는지 중요한 질문을 놓치기 쉽습니다.

예전에 ‘인디언’이라고 부르던 아메리칸 원주민들은 말을 타고 달리다가 가끔 말을 세우고 뒤를 돌아보는 습관이 있다고 합니다. 걸음이 느린 영혼이 내 몸을 쫓아오지 못할까 봐 기다려준다는 의미입니다. 요즘 그런 반성과 여유가 필요해 보입니다.

사진은 일본 다카야마에서 찍었습니다. 가을하늘을 배경으로 한 여자가 걷고 있습니다. 양산으로 시야를 가린 여자 주위에 화살표가 뒤와 하늘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마음의 양산을 걷고 걸어온 길과 주변, 또 가끔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라는 충고 같기도 합니다. ^^*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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